[판례]-잘못된 전과기록에 55년 고초 70대에 1,000만원 배상 결정
70대에 1,000만원 배상 결정
진급 좌절 … 사업 실패 … 이혼
잘못된 전과기록에 55년 고초
고모(79)씨는 1954년 ‘내란음모죄로 육군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는 자신의 전과기록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군에서 꿈을 키우던 20대 청년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고씨는 상관의 추궁에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답변했으나 결국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당했다. 이후에도 잘못된 전과기록 때문에 진급 심사 때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군에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한 그는 얼마 뒤 예편했다. 하지만 군에 납품을 하려다가 이번엔 신원조회에 걸려 조사 대상이 됐다. 고씨는 업종을 바꿔 광고사업에 진출했다. 해외 출장을 위해 여권 발급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무엇을 하려 해도 잘못된 전과기록이 고씨를 옭아맸다. 뒤늦게 고씨에게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인과 불화를 빚다 상황이 악화돼 결국 이혼까지 했다.
고씨의 항변에 사실관계를 확인해 본 일부 기관에서는 고씨의 전과기록이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잘못 기재된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가기관에서 절차를 안내하지 않아 고씨는 잘못된 전과기록을 정정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고씨는 2007년 경찰에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은 고씨에게 군 복무 시절 전과가 없다는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공식 문서가 존재하고 육군정보기록관리단이 발급한 군복무기록카드 등에도 전과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행정전산망상의 전과기록을 말소했다. 잘못된 전과는 없어졌지만 한평생 한을 품고 살아온 고씨는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기로 했다. 고씨는 올 초 서울중앙지법에서 위자료 1000만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냈다.
손 검사는 “위자료 1000만원이 고씨가 평생 겪은 피해에 비해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씨는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길 원했기 때문에 액수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그동안 겪은 고통이 너무 심해 언론 인터뷰를 원치 않는다고 공단 측은 전했다. 자신의 계급이나 전역·사업·이혼 시점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를 꺼렸다는 것이 공단 측의 설명이다.
박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