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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판례-가정폭력-가정폭력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인정 판례

법무법인다정 | 2011-09-15 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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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판례-가정폭력-가정폭력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인정 판례

Ⅰ. 대상판례 :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 2004노 2819 살인

1.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피해자와 1991. 12. 2.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결혼 이후 생활은 원만하였으나, 1996.경 피해자는 도박에 손을 대어 돈을 탕진한 이후 술을 많이 마시고 피고인에게 행패를 부렸다.


피해자가 가게 장사를 등한시 하고 노름과 폭음을 하여 가게 거래가 끊기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2000.경부터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돼지부산물을 판매하는 축산물 가공 판매업을 하여 왔는데, 피고인이 가게에 나가 일을 하게 된 이후부터는 피해자의 술주정의 강도가 점점 거세져 급기야 피고인을 폭행하기 시작하였고 노골적으로 의처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피해자는 평소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피고인에게 욕을 많이 하고 폭행을 자주 행사하였으며 가재도구를 부수기도 하였다. 2002. 8. 하순경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3주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좌상 등의 진단서를 발급받은 적이 있었다. 


2004. 4. 21. 20:55경 피고인은 축산시장 앞 길에서 장사를 하지 않고 근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피해자를 찾아내 점포로 데려가려 했으나 피해자는 술을 더 마시겠다고 하면서 피고인에게 “이 씹할년, 미친 년, 좋은 놈 있으면 그 놈한테 가라”고 욕설을 하며 주위 사람들앞에서 피고인을 망신 주었다. 


이로 인해 서로 말다툼을 하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점포로 데리고 갔다. 피해자는 가게에 돌아와서도 장사를 하지 않고 술을 더 마시겠다며 점포에서 약 20m정도 떨어진 ‘ㅎ축산’ 점포로 갔다.


그 뒤 피해자가 점포로 돌아오자 피고인은 다시 큰소리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였고, 이후  ‘ㅎ축산’에 가서 최00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을 따라와 욕설을 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순간적으로 화가 나 ‘ㅎ축산’에 있던 도축작업용 칼을 집어 들고 피해자를 찌를 듯한 태도를 보여 최00이 피고인을 만류하며 칼을 빼앗고 피고인을 진정시키고 피고인의 점포로 데려다 주었다. 

그때 피고인의 점포 앞에 있던 피해자가 칼을 집어 들고 피고인에게 내밀며 “이 씹할 년아, 어디 한번 찔러봐라”라고 욕설을 하였고, 이에 화가 난 피고인이 점포 안에 있던 칼을 들어 휘둘러 말리던 최00의 손에 맞아버렸고, 최00는 아프다고 자기 점포로 가버렸다.


그 상태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다시 “이런 미친 년 별 지랄 다 한다”는 욕을 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격분한 나머지 점포에서 평소 도축작업용으로 사용하던 칼날길이 15cm의 칼을 오른손으로 들고 나와 왼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 부분을 잡고 위 칼로 피해자의 목, 배, 얼굴, 왼쪽 팔꿈치 등을 5회 찔러 피해자로 하여금 경부차장 등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점포에서 2잔의 소주를 마셨고 근처 포장마차에서 피해자와 함께 2잔의 소주를 더 마셔 총 4잔의 소주를 마신 상태였고, 피해자를 칼로 찌를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순간적으로 쌓였던 것이 한꺼번에 폭발하였고, 남편이 사람같이 보이지 않았다”, “그 때는 남편이 사람같이 보이지 않았고 형체만 시커멓게 보였다, 꼭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승사자처럼 얼굴이 시커멓게 생긴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았다”라고 진술하였다.


2.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가. 원심 감정인의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피고인은 약4년 전부터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을 간간이 보여 오던 중 1년 전부터는 불안, 불면, 우울증 등이 심해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은 불안증상이 다소 우세한 혼재성 불안 및 우울 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나. 2심 감정인의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피고인은 사건 수년 전부터 피해자로부터의 구타 및 언어 폭력(욕설, 의처증으로 인한 의심)으로 인하여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이었고, 이로 인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였으며, 피해자가 귀가할 시간이면 공포에 떨고 사소한 자극에도 놀람 반응, 불면, 우울한 기분, 식욕 및 에너지 감소 등을 경험하였으며 이는 사건 1년 전부터 심해졌고, 사건 수개월 전부터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해졌던 것으로 판단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을 억압하면서 지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갖기 시작하면서 억압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지나친 흥분이나 충동적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위험성을 갖게 되었으며,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역시 피해자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고 피고인이 술을 그만 마시고 귀가하자고 수차례 권유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심한 욕설을 하며, 피고인을 모욕하자 피고인은 자존심에 손상을 입었고, 이로 인하여 극도의 흥분상태에 이르렀다.
평소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을 억압하며 지내온 피고인은 자존심 손상으로 인해 억제력을 잃었고, 이로 말미암아 폭발적이고 충동적인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되었다.


3. 판결의 내용

가.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결과 등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수년 간 계속된 피해자의 상습 폭행 및 모욕 등에 기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다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로부터 심한 욕설과 함께 모욕을 당하자 이로 인하여 극도의 흥분상태에 이른 나머지 피해자를 ‘형체만 시커멓게 보이는 저승사자’로 인식할 정도로 해리 장애에 빠지면서 억제력을 잃고, 폭발적이고 충동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

나. 비록 이 사건 범행의 죄질과 범정이 결코 가볍지 아니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수년 간 계속된 피해자의 상습 폭행 및 모욕에 기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증상을 보이다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로부터 심한 욕설과 함께 모욕을 당하자 이로 인하여 극도의 흥분상태에 이른 나머지 해리 장애에 빠지면서 억제력을 잃고, 폭발적이고 충동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초범으로서 이 사건 범행 이전까지는 선량하게 살아온 점, 피고인에게는 피고인이 책임지고 부양해야 할 나이 어린 자녀가 있는 점을 비롯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피해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기타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의 조건들을 두루 참작하여 8년을 구형한 원심을 파기하고 3년 감형한 5년형을 선고하였다.




Ⅱ. 비교판례 : 서울고등법원 제7형사부 2005노 208 살인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1989. 12. 23. 피해자와 결혼하여 딸과 아들을 두고 살아오면서, 시부모나 친정부모의 생활비를 대고 병수발을 하는 등 가정생활에 충실하였고, 직장생활에 있어서도 표창을 받거나 친절사원으로 선정될 정도로 성실히 생활하여 왔다.

그런데 피해자는 1996.경부터 1주일에 2-3회 정도 술에 취해 귀가하여 피고인을 비롯하여 자녀들에게 폭언을 하고, 주먹과 발, 파리채, 말채찍 등으로 폭행하여 왔고,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친정부모에게 식칼을 휘두르기도 하였다. 


그런데 피해자가 특수부대 출신으로 특공무술의 소유자이고 체력이 좋은 관계로 피고인은 피해자에 별다른 반항을 할 수 없어 피해자의 계속되는 폭행을 감당 할 수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 피고인은 계속되는 피해자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였고 늑골이 골절되기도 하였다. 


피해자는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성관계를 갖거나 일부러 사정하지 않고 자신의 체력이 다할 때까지 몇 시간에 걸쳐서 성관계를 갖거나 비정상적인 체위를 요구하며 만족한 표정을 지을 것을 강요하였을 뿐만 아니라, 콘도에 가족끼리 여행을 가서 같은 방에 있는 자녀들에게 두터운 이불을 뒤집어씌운 다음 자녀들이 있는 자리에서 몇 시간에 걸쳐 성관계를 맺기도 하였다. 


피해자는 약4년 전부터 딸의 엉덩이, 음부를 만지고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등의 방법으로 성추행을 하여 왔고, 바닥에 누워 있는 딸 위에서 마치 성행위를 하는듯한 행동을 한 적도 있으며, ‘아빠인 내가 딸에게 첫 번째 남자여야 하고, 이것이 아빠의 의무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이 범행이 발생한 전날인 2004. 8. 26. 23:30경에도 피해자는 만취한 상태로 귀가하여 피고인을 주먹과 발로 때리고 아들의 상체를 떠밀어 아들로 하여금 신발장에 머리를 부딪쳐 피가 나게 하였다. 


그리고 피해자는 다시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자녀들에게 훈계와 폭행을 하다가, 다음날 새벽 02:00경 딸을 끌어안고 누운 다음 딸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고 생리중인 딸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자 딸이 이를 거절하면서 ‘차라리 내 목을 졸라요’라고 하였으나 피해자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하여 성추행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이에 피고인은 잠든 피해자를 보면서 앞으로도 자녀들이 피해자로부터 폭행과 성추행을 당하게 하느니 차라리 피해자를 살해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냉장고에 들어있던 소주를 꺼내 3,4모금 마시고 피해자의 팔과 다리를 천으로 된 허리띠와 태권도복 품띠로 묶은 다음 태권도복 품띠로 피해자의 목을 2회 감고 피해자의 등위에 올라앉은 상태에서 위 품띠를 약 10분간 힘껏 잡아당겨 피해자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르면서 소리를 크게 질러 딸이 거실로 나와보니 피고인이 피해자의 등위에 앉아 목을 조르고 있었고 피해자가 ‘컥컥’거리고 있자 피고인에게 그만두라고 하였음에도 피고인은 다시 등위에 올라가 피해자의 목을 졸라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며, 범행 후에는 자녀들을 진정시키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책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취하여 직접 경찰에 신고하였다.  


2.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가. 원심 감정인의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1)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정폭력으로 인하여 만성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중등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이 사건 범행의 거의 모든 과정을 세밀히 기억하고 있어 이 사건 범행 당히 해리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또한 환각이나 망상 등의 정신병적 상태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지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게 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고 판단되었다.

2) 그러나 향후 딸이 피해자로부터 강간까지도 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걱정과 딸을 보호하지 못하는 어머니로서의 책임감과 죄책감 및 피해자의 폭행이 지속될 것이라는 절박감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서적인 혼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3)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내들에게 보이는 이른바 ‘매맞는 아내증후군’의 경우 피해 여성들의 공격성이 자신에 대해 발휘되면 자살이 되는데, 살인 역시도 자살충동의 한 연장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행위 역시 자신 스스로를 벌주고 이로 인하여 자녀들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려는 정신역동을 가진 시도, 즉 자신에 대한 일종의 자살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나. 2심 감정인의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고도의 우울과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경험하고 있어 정서적인 반응이 일반인과 다르고, 피해자의 폭력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피해자로부터 학대를 받는 상태에 있어 피해자에 대한 공포심이 잔존하고 있었으며, 피해자의 딸에 대한 성폭력 위험에 대한 극도의 공포와 불안상태에 있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되었다. 


3. 판결의 내용

가.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결과 등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지속적인 가정폭력과 성적학대로 인하여 형성된 만성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중등도의 우울증을 앓아 오던 중 이 사건 범행 직전 피해자로부터 본인과 아들이 폭행을 당하고 딸이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자 딸이 언젠가는 피해자로부터 강간까지도 당할 수 있다는 극심한 두려움과 불안감, 그리고 딸을 보호하지 못하는 어머니로서의 책임감 및 죄책감 등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서적인 혼란을 겪으면서 사물에 대한 판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 빠져 자살충동의 한 연장으로서 갑작스럽게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추단되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장애의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피고인의 장애의 정도는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수사과정 및 공판과정에 나타난 피고인의 언행 및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였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 원심의 조처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피해자가 피고인과 자녀들에 대한 폭행 및 딸에 대한 성추행을 반복하여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과 자녀들에 대한 현재의 침해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 아니하고 곧바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생명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월한 가치인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행위는 피해자의 폭력으로부터 자신 및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상당성 있는 행위였음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정당방위로 볼 수 없고 또한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거나 과잉방위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황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다.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하고 존엄한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생전행위에 대한 평가 여하를 불문하고 피해자의 생명 또한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가치인 점을 고려하면 비록 피고인이 가정폭력의 희생자라 하더라도 합리적인 문제해결방안을 찾지 아니한 채 곧바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을 감안하여 볼 때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수년간에 걸쳐 가정폭력 및 성적 학대 등으로 인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을 앓고 있었는데, 이 사건 범행 당일도 피해자가 피고인과 자녀들을 폭행한 후 딸을 성추행하자 친아버지로부터 습관적인 성추행을 당하여 온 딸이 언젠가는 피해자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말 것이라는 현실적인 걱정과 이에 대해 보호를 해주지 못한 어머니로서의 책임감 및 죄책감으로 괴로워한 나머지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이 사건 범행 후 자수하였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부모형제들까지도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이 사회에 복귀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남편을 살해하였다는 정신적 멍에를 평생 짊어지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범행의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두루 참작하여 원심보다 형량을 1년 낮춰 징역2년을 선고하였다.


Ⅲ. 판례의 의미

1. 가정폭력의 심각한 형태는 살인이다. 그런데 가정폭력과 관련하여 법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남성이 아내를 폭행하다 살해할 경우는 ‘중과실치사’, ‘상해치사’로 가벼운 형을 받는 반면,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아내가 가해자인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인한 경우는 ‘살인’으로 인정되어 중형을 선고받고 있었다.
대상판례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판결문에 적시한 첫 사례로 법원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정폭력사건을 다루는 전향적인 방향전환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법원은 “일시적인 정신장애를 일으켜 시계 축소, 주의력 제약, 자극파악능력의 상실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인정한 적은 있었지만 판결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대상판례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년 간 계속된 피해자의 상습 폭행 및 모욕에 기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증상을 보였다”면서 “범행 당시 피해자로부터 심한 욕설과 함께 모욕을 당하자 이로 인하여 극도의 흥분상태에 이른 나머지 해리 장애에 빠지면서 억제력을 잃고 폭발적이고 충동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며 비교판례도 대상판례와 같이 ‘가정폭력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를 인정하였다.

이처럼 판례가 가정폭력사건의 피해자가 도리어 가해자가 된 사건을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파악하지 않고 가정 폭력 피해자의 관점에서 피해자가 그동안 겪었던 가정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장애를 인정함으로써 명시적으로 그 책임을 감경한 것은 가정폭력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판례가 더 나아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여성이 남편을 살해한 경우 ‘정당방위’ 및 ‘과잉방위’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2. 가정폭력사건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는 대상판례 및 비교판례의 사안과 같이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더 이상 해결방법이 없다는 자포자기 및 그 동안의 분노가 일시에 폭발하여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비교판례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 또는 죄를 면책 받을 수 있는 ‘긴급피난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이혼이나 경찰신고, 외부 도움 요청 등 다른 해결 방법을 찾지 않고 고귀한 생명을 빼앗은 것은 사회통념상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런데 재판부가 말하는 ‘이혼이나 경찰신고, 외부 도움요청’ 등 다른 도움을 당사자가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그렇다면 평소 생활에 이상이 없다가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의 형량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행위가 ‘과잉방위’로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외상으로 경험될 만큼 심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때 나타나는 장애로서 주된 임상 양상은 사고에 대한 반복적 회상이나 악몽에 시달리는 등 외상 경험을 재 경험하고 그러한 외상을 상기시키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회피하려 하거나 그러한 상기에 대한 반응을 마비시키려 하며 지속적으로 과민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와 더불어 우울, 불안, 수면장애 등을 보인다. 대개 뚜렷한 불안의 자율신경계 증상이 동반되며 흔히 해리 장애나 공황 발작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불안, 우울 및 지나친 흥분이나 폭발적이거나 갑작스런 충동적 행동을 보일 때도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신 상태에서의 범행은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을 기대하는 기대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현행 형법 제 21조 제3항에서 말하는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황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 해당 한다’고 보아 결국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이미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정당방위나 면책사유로 들어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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