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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범죄]-[살인,유기치사]-세월호 사건판례-[대법원 2015.11.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작성자 : 다정도우미 | 작성일 : 16-05-09 | 조회: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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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유기치사]-세월호 사건판례-[대법원 2015.11.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살인(①피고인1에대하여일부제1예비적죄명및일부인정된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제2예비적죄명:유기치사②피고인2에대하여인정된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제2예비적죄명:유기치사③피고인3·피고인9에대하여일부예비적죄명및일부인정된죄명:유기치사)·살인미수(①피고인1에대하여제1예비적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제2예비적죄명:유기치상②피고인2에대하여인정된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제2예비적죄명:유기치상③피고인3·피고인9에대하여인정된죄명:유기치상)·업무상과실선박매몰·수난구호법위반·선원법위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일부제1예비적죄명및일부인정된죄명:유기치사·유기치상·일부제2예비적죄명및일부인정된죄명:수난구호법위반)·유기치사·유기치상·해양환경관리법위반(세월호 사건)
    [대법원 2015.11.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아니하는 부작위가 형법적으로 부작위로서의 의미를 갖는 경우 / 부진정 부작위범에서 부작위로 인한 법익침해가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 및 여기서의 작위의무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의 내용 및 이때 작위의무자에게 고의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선장은 승객 등 선박공동체가 위험에 직면할 경우 선박공동체 전원의 안전이 종국적으로 확보될 때까지 적극적·지속적으로 구조조치를 취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및 선장이나 승무원은 선박 위험 시 조난된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을 적극적으로 구조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 조난사고로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들이 스스로 생명에 대한 위협에 대처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선장이나 선원들의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지는 경우 / 부작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3] 항해 중이던 선박의 선장 피고인 甲, 1등 항해사 피고인 乙, 2등 항해사 피고인 丙이 배가 기울어져 멈춘 후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인 승객 등이 안내방송 등을 믿고 대피하지 않은 채 선내에 대기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고 퇴선함으로써, 배에 남아있던 피해자들을 익사하게 하고, 나머지 피해자들의 사망을 용인하였으나 구조되었다고 하여 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 乙, 丙의 부작위를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피고인 甲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한 사례

    [4]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조난사고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하여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5]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의 내용 및 그러한 조치의무를 이행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6]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2 위반죄는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한 때에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및 위 죄는 ‘선박 간의 충돌사고’나 ‘조타상의 과실’로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사고를 낸 선장 또는 승무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의 정도 및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범죄는 보통 적극적인 행위에 의하여 실행되지만 때로는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부작위에 의하여도 실현될 수 있다. 형법 제18조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라고 하여 부작위범의 성립 요건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자연적 의미에서의 부작위는 거동성이 있는 작위와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무(無)에 지나지 아니하지만, 위 규정에서 말하는 부작위는 법적 기대라는 규범적 가치판단 요소에 의하여 사회적 중요성을 가지는 사람의 행태가 되어 법적 의미에서 작위와 함께 행위의 기본 형태를 이루게 되므로,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아니하는 부작위가 형법적으로 부작위로서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보호법익의 주체에게 해당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행위자가 구성요건의 실현을 회피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행위를 현실적·물리적으로 행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아니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살인죄와 같이 일반적으로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이른바 부진정 부작위범의 경우에는 보호법익의 주체가 법익에 대한 침해위협에 대처할 보호능력이 없고, 부작위행위자에게 침해위협으로부터 법익을 보호해 주어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부작위행위자가 그러한 보호적 지위에서 법익침해를 일으키는 사태를 지배하고 있어 작위의무의 이행으로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어야 부작위로 인한 법익침해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의 작위의무는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
    또한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는 반드시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에 대한 목적이나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 작위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족하며, 이러한 작위의무자의 예견 또는 인식 등은 확정적인 경우는 물론 불확정적인 경우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 이때 작위의무자에게 이러한 고의가 있었는지는 작위의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작위의무의 발생근거, 법익침해의 태양과 위험성, 작위의무자의 법익침해에 대한 사태지배의 정도, 요구되는 작위의무의 내용과 이행의 용이성, 부작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부작위의 형태와 결과발생 사이의 상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작위의무자의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

    [2] 선장의 권한이나 의무, 해원의 상명하복체계 등에 관한 해사안전법 제45조, 구 선원법(2015. 1. 6. 법률 제130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0조, 제11조, 제22조, 제23조 제2항, 제3항은 모두 선박의 안전과 선원 관리에 관한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선장을 수장으로 하는 효율적인 지휘명령체계를 갖추어 항해 중인 선박의 위험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선장은 승객 등 선박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총책임자로서 선박공동체가 위험에 직면할 경우 그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거나 구조세력의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기본적인 조치뿐만 아니라 위기상황의 태양, 구조세력의 지원 가능성과 규모,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구조계획을 신속히 수립하고 선장의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여 선박공동체 전원의 안전이 종국적으로 확보될 때까지 적극적·지속적으로 구조조치를 취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

    또한 선장이나 승무원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조난된 사람에 대한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선박의 해상여객운송사업자와 승객 사이의 여객운송계약에 따라 승객의 안전에 대하여 계약상 보호의무를 부담하므로, 모든 승무원은 선박 위험 시 서로 협력하여 조난된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을 적극적으로 구조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선박침몰 등과 같은 조난사고로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들이 스스로 생명에 대한 위협에 대처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선박의 운항을 지배하고 있는 선장이나 갑판 또는 선내에서 구체적인 구조행위를 지배하고 있는 선원들은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통해 보호능력이 없는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의 사망 결과를 방지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으므로, 법익침해의 태양과 정도 등에 따라 요구되는 개별적·구체적인 구호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사망의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음에도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그대로 방관하여 사망의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지고,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될 경우에는 작위를 하지 않은 부작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

    [3] [다수의견] 항해 중이던 선박의 선장 피고인 甲, 1등 항해사 피고인 乙, 2등 항해사 피고인 丙이 배가 좌현으로 기울어져 멈춘 후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인 승객 등이 안내방송 등을 믿고 대피하지 않은 채 선내에 대기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고 퇴선함으로써, 배에 남아있던 피해자들을 익사하게 하고, 나머지 피해자들의 사망을 용인하였으나 해경 등에 의해 구조되었다고 하여 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 乙, 丙은 간부 선원이기는 하나 나머지 선원들과 마찬가지로 선박침몰과 같은 비상상황 발생 시 각자 비상임무를 수행할 현장에 투입되어 선장의 퇴선명령이나 퇴선을 위한 유보갑판으로의 대피명령 등에 대비하다가 선장의 실행지휘에 따라 승객들의 이동과 탈출을 도와주는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로서, 임무의 내용이나 중요도가 선장의 지휘 내용이나 구체적인 현장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동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퇴선유도 등과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에 의해서도 비교적 쉽게 대체 가능하고, 따라서 승객 등의 퇴선을 위한 선장의 아무런 지휘·명령이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 乙, 丙이 단순히 비상임무 현장에 미리 가서 추가 지시에 대비하지 아니한 채 선장과 함께 조타실에 있었다거나 혹은 기관부 선원들과 함께 3층 선실 복도에서 대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선장과 마찬가지로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의 사망 결과나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 사태를 지배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 乙, 丙이 간부 선원들로서 선장을 보좌하여 승객 등을 구조하여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별다른 구조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태를 방관하여 결과적으로 선내 대기 중이던 승객 등이 탈출에 실패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은 있으나, 그러한 부작위를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또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피고인 甲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인 乙, 丙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고인 乙, 丙의 살인·살인미수 무죄판단 부분에 대한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 위 사안에서, 피고인 乙, 丙은 선박이 조난사고를 당한 비상상황에서 선장을 보좌하여 선원들을 지휘하고 유사시 선장의 직무를 대행할 책임을 지고 있어 조난을 당한 승객 등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법적 지위와 작위의무에서 선장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점, 사고 당시 긴박한 상황 전개와 피고인 甲의 모든 대응을 직접 목격함으로써 피고인 甲이 승객의 인명구조와 관련된 선장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포기·방기하는 비정상적 상황임을 인식한 점, 피고인 乙, 丙에게는 비상상황에서 선장을 보좌하여 현장을 지휘할 의무 외에도 선장의 직무 포기라는 비정상적 상황이 지속됨으로 인하여 선장을 대행하여 구조조치를 지휘할 의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점, 피고인 乙, 丙은 당시 상황에 부합하는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승객 등의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을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저지할 수 있을 정도로 사태를 지배하고 있었음에도 어떠한 의무도 이행하지 않고 방관한 점, 구조정이 도착한 이후에 승객 등에게 퇴선하라는 아무런 명령·조치도 없이 선내에 그대로 방치한 채 선장 및 다른 갑판부 선원들과 함께 먼저 퇴선함으로써, 그 후 승객 등이 사망할 가능성이 크지만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의사, 즉 결과발생을 인식·용인하였고, 이러한 피고인 乙, 丙의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점, 피고인 甲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암묵적, 순차적으로 공모 가담한 공동정범이라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 乙, 丙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 및 살인미수죄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한 사례.

    [4] [다수의견] 수난구호법 제1조, 제2조 제3호, 제4호, 제7호, 제18조 제1항의 체계, 내용 및 취지와 더불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은 구조대상을 ‘조난된 선박’이 아니라 ‘조난된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같은 법 제2조 제4호에서 조난사고가 다른 선박과의 충돌 등 외부적 원인 외에 화재, 기관고장 등과 같이 선박 자체의 내부적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라 하더라도 구조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조난된 사람의 신속한 구조를 목적으로 하는 수난구호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하여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도 포함된다.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본문의 구조대상이 되는 ‘조난된 사람’에 해당한다. 선박 조난사고에서 위 본문의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 항공기, 수상레저기구 등의 선장·기장 등’은 조난된 선박의 조난된 사람에게서 직·간접적으로 구조요청을 받는 사람이므로, 그 자신은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위 본문의 요건 충족을 전제로 하는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포함될 수 없다.

    요컨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은 기본적으로 조난된 선박의 구조요청에 따라 발생하는 인근 선박 선장 등의 조난된 선박 내외의 조난된 사람에 대한 구조지원 내지 구조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 조난된 사람이라는 지위에 차이가 없어 모두 구조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은 조난된 선박 내부 사람들 상호 간의 구조지원 내지 구조조치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5]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조난된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급박한 위해를 실질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가능한 조치를 다하여야 하고, 그러한 조치의무를 이행하였는지는 조난사고의 발생장소나 시각, 사고현장의 기상 등 자연조건, 조난사고의 태양과 위험 정도, 구조인원 및 장비의 이용 가능성, 응급처치의 내용과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6]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1조, 제5조의12 제1호, 제2호, 해사안전법 제2조 제2호,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체계, 내용 및 취지 등을 고려하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위반죄는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및 중과실치사상죄를 기본범죄로 하여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 위반행위 및 도주행위를 결합하여 가중 처벌하는 일종의 결합범으로서 선박의 교통으로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한 때에 성립하고, ‘선박 간의 충돌사고’나 ‘조타상의 과실’로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한편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사고를 낸 선장 또는 승무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로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인지를 판정할 때에는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의 양상과 정도, 선장 또는 승무원의 과실 정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형법 제13조, 제18조 
    [2] 형법 제250조 제1항, 해사안전법 제45조, 구 선원법(2015. 1. 6. 법률 제130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0조, 제11조(현행 제11조 제1항, 제2항, 제3항 참조), 제22조, 제23조 제2항, 제3항, 수난구호법(2015. 7. 24. 법률 제13440호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현행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참조) 
    [3] 형법 제13조, 제18조, 제30조, 제250조 제1항, 제254조, 해사안전법 제45조, 구 선원법(2015. 1. 6. 법률 제130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0조, 제11조(현행 제11조 제1항, 제2항, 제3항 참조), 제22조, 제23조 제2항, 제3항, 수난구호법(2015. 7. 24. 법률 제13440호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현행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참조) 
    [4]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수난구호법(2015. 7. 24. 법률 제13440호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현행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참조), 제2조 제3호, 제4호, 제7호(현행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제5호, 제8호 참조), 제18조 제1항(현행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참조) 
    [5] 수난구호법(2015. 7. 24. 법률 제13440호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현행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참조) 
    [6]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5. 7. 24. 법률 제134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5조의12, 형법 제268조, 해사안전법 제2조 제2호, 수난구호법(2015. 7. 24. 법률 제13440호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현행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참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도2951 판결(공1992, 1077),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9354 판결,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도12109, 2009감도38 판결 / [6]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1474 판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 외 6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5. 4. 28. 선고 2014노49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서(보충), 의견서 등의 각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의 살인·살인미수의 점에 대하여 

    가.  부작위범의 법리와 선원들의 구조의무

    (1) 범죄는 보통 적극적인 행위에 의하여 실행되지만 때로는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부작위에 의하여도 실현될 수 있다. 형법 제18조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라고 하여 부작위범의 성립 요건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자연적 의미에서의 부작위는 거동성이 있는 작위와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무(無)에 지나지 아니하지만, 위 규정에서 말하는 부작위는 법적 기대라는 규범적 가치판단 요소에 의하여 사회적 중요성을 가지는 사람의 행태가 되어 법적 의미에서 작위와 함께 행위의 기본 형태를 이루게 되는 것이므로,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아니하는 부작위가 형법적으로 부작위로서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보호법익의 주체에게 해당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행위자가 구성요건의 실현을 회피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행위를 현실적·물리적으로 행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아니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살인죄와 같이 일반적으로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이른바 부진정 부작위범의 경우에는 보호법익의 주체가 그 법익에 대한 침해위협에 대처할 보호능력이 없고, 부작위행위자에게 그 침해위협으로부터 법익을 보호해 주어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부작위행위자가 그러한 보호적 지위에서 법익침해를 일으키는 사태를 지배하고 있어 그 작위의무의 이행으로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어야 그 부작위로 인한 법익침해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의 작위의무는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도2951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9354 판결 등 참조).
    또한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는 반드시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에 대한 목적이나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 작위의무를 가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그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족하며, 이러한 작위의무자의 예견 또는 인식 등은 확정적인 경우는 물론 불확정적인 경우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 이때 작위의무자에게 이러한 고의가 있었는지는 작위의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작위의무의 발생근거, 법익침해의 태양과 위험성, 작위의무자의 법익침해에 대한 사태지배의 정도, 요구되는 작위의무의 내용과 그 이행의 용이성, 부작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부작위의 형태와 결과발생 사이의 상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작위의무자의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할 것이다.

    (2) 해사안전법은 “누구든지 선박의 안전을 위한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을 방해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제45조), 구 선원법(2015. 1. 6. 법률 제130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선장의 권한으로서 “선장은 해원을 지휘·감독하며 선내에 있는 사람에게 선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며(제6조), 그 밖에 해원이 상급자의 직무상 명령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나 선장의 허가 없이 선박을 떠난 경우 등에 있어서 선장의 해원들에 대한 징계권(제22조), 위험한 물건 등에 대한 대물강제권(제23조 제2항), 인명이나 선박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사람 등에 대한 대인강제권(제23조 제3항) 등을 규정하는 한편, 선장의 의무로서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 된다.”(제10조),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1조).

    이러한 선장의 권한이나 의무, 해원의 상명하복체계 등에 관한 규정들은 모두 선박의 안전과 선원 관리에 관한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선장을 수장으로 하는 효율적인 지휘명령체계를 갖추어 항해 중인 선박의 위험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선장은 승객 등 선박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총책임자로서 선박공동체가 위험에 직면할 경우 그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거나 구조세력의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기본적인 조치뿐만 아니라 위기상황의 태양, 구조세력의 지원 가능성과 그 규모,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구조계획을 신속히 수립하고 선장의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여 선박공동체 전원의 안전이 종국적으로 확보될 때까지 적극적·지속적으로 구조조치를 취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선장이나 승무원은 제2의 가.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조난된 사람에 대한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하고, 해당 선박의 해상여객운송사업자와 승객 사이의 여객운송계약에 따라 승객의 안전에 대하여 계약상 보호의무를 부담하므로, 모든 승무원은 선박 위험 시 서로 협력하여 조난된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을 적극적으로 구조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선박침몰 등과 같은 조난사고로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들이 스스로 생명에 대한 위협에 대처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선박의 운항을 지배하고 있는 선장이나 갑판 또는 선내에서 구체적인 구조행위를 지배하고 있는 선원들은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통해 보호능력이 없는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의 사망 결과를 방지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법익침해의 태양과 정도 등에 따라 요구되는 개별적·구체적인 구호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사망의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음에도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그대로 방관하여 사망의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그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였다면 그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될 경우에는 그 작위를 하지 않은 부작위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는 2014. 4. 16. 08:52경 ○○호가 좌현으로 기울어져 멈춘 후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인 승객과 사무부 승무원 등(이하 ‘승객 등’이라 한다)이 안내방송 등을 믿고 대피하지 않은 채 ○○호의 선내에 대기하고 있고, 승객 등을 퇴선시킬 경우 충분히 구조가 가능하며, 승객 등이 선내에 그대로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배가 더 기울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더욱이 피고인 9는 ○○호 3층 복도에서 다른 기관부 선원들과 모여 있던 중, 자신의 바로 옆 복도에 스스로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상을 당한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가 구조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어 이들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할 경우 ○○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승객 등에 대한 어떠한 구조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9는 09:38경 기관부 선실 복도에서 나와 09:39경 해경 구명단정을 이용하여 먼저 ○○호에서 퇴선하였고,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은 09:39경 피고인 9 등이 퇴선하는 것을 보고 퇴선하기로 마음먹고, 09:46경 ○○호에서 퇴선하였다.
    이로써 위 피고인들은 공모 공동하여 ○○호에 남아있던 304명의 피해자들을 그 무렵 바다에 빠져 익사하게 하여 살해하고, 152명의 피해자들이 사망할 것을 용인하면서 퇴선하였으나 위 피해자들이 해경 등에 의하여 구조되는 바람에 사망하지 아니하였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들의 지위와 부작위의 내용, 당시 상황의 흐름 등을 고려하여 위 공소사실 중 ① 피고인 1의 피해자 공소외 3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 부분에 대하여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살인미수죄를 인정하였고, ② 피고인 1의 피해자 공소외 3 부분에 대하여는 부작위와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으며, ③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에 대하여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역시 무죄로 판단하였다.
     
    라.  상고이유의 요지

    (1) 피고인 1

    피고인 1은 퇴선 전에 퇴선방송을 지시하였고, 승객 등의 안전에 대한 선장으로서의 임무를 나름대로 수행하였으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부정되어야 한다.
    또한 피고인 1의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부작위와 피해자들의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의 미필적 고의와 부작위범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

    (2) 검사

    피해자 공소외 3은 피고인 1의 구조조치 불이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 1의 부작위와 피해자 공소외 3의 사망 결과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피고인 2, 피고인 3은 1등 항해사, 2등 항해사로서 피고인 1의 지휘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원들을 지휘할 지위에 있으므로 피고인 1과 달리 취급할 수 없고, 구조세력과의 교신을 주도하면서 필요한 사항을 피고인 1에게 알리고 진행하는 등 당시 상황을 지배하였으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피고인 9는 기관장으로서 기관부 선원들을 지휘하여 승객 등에 대한 구호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등 승객구호상황을 지배하고 있었음에도 구조세력만 기다리다가 퇴선하였을 뿐 아니라 퇴선 당시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가 생존하고 있음을 인식하였음에도 별다른 구조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마찬가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
     
    마.  대법원의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의 지위와 임무

    ① 피고인 1
    피고인 1은 총 27년 9개월의 승무경력을 가진 2급 항해사 자격면허 소지자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호의 선장으로 승선하였다. 피고인 1은 해원을 지휘·감독하고 여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한 운항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선장으로서,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고, 비상시에 조치하여야 할 해원의 임무를 정한 비상배치표를 선내의 보기 쉬운 곳에 걸어두고 선박에 있는 사람에게 소방훈련, 구명정훈련 등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하여야 하며, 비상상황 발생 시에는 해운법에 근거한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운항관리규정과 비상배치표에 따라 퇴선, 인명구조 등 선원의 구호의무를 지휘하여야 한다.

    ② 피고인 2
    피고인 2는 총 20년 5개월의 승무경력을 가진 1급 항해사 자격면허 소지자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1등 항해사로 ○○호에 승선하였다. 피고인 2는 사망·질병 또는 부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선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선장의 직무를 대신하고, 선장의 지휘에 따라 여객과 화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하는 데 필요한 항해 및 화물의 적재, 고박 업무를 담당하면서, 비상상황 발생 시에는 위 운항관리규정과 비상배치표에 따라 현장을 지휘하며 우현 슈트를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우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③ 피고인 3
    피고인 3은 총 2년 4개월의 승무경력을 가진 3급 항해사 자격면허 소지자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2등 항해사로 ○○호에 승선하였다. 피고인 3은 선장의 지휘에 따라 운항관리, 각종 항해장비, 통신기 점검 등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비상상황 발생 시에는 위 운항관리규정과 비상배치표에 따라 대기반을 지휘하거나 좌현 슈트와 구명뗏목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이 좌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④ 피고인 9
    피고인 9는 총 24년 11개월의 승무경력을 가진 1급 기관사 자격면허 소지자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기관장으로 ○○호에 승선하였다. 피고인 9는 기관부 선원을 지휘하며 선박의 엔진, 전기설비의 운전 및 보수관리를 총괄하면서, 출항 전에는 주기관의 점검, 유류 적재 등을, 항해 시에는 주기관, 전기설비 등 각종 설비의 운전 및 보수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에는 위 운항관리규정과 비상배치표에 따라 기관사·조기수 등 기관부 선원이 구호의무를 이행하도록 지휘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 사고 발생과 피고인들의 구조요청 등

    ① 2014. 4. 16. 08:52경 이 사건 사고로 ○○호가 좌현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멈추자, 각자의 선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피고인 1과 갑판부 선원들인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은 피고인 4, 피고인 5가 당직근무 중이던 조타실로 모여 상황 파악에 나섰고, 피고인 2는 복원성이 나쁜 상태에서 배가 좌현으로 많이 기울고, 배의 균형을 잡는 힐링펌프가 작동되지 않자 배가 곧 침몰할 것으로 인식하고 08:55경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essel Traffic Service Center, 이하 ‘VTS’라고 한다)에 “본선... 아...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가 있습니다.”라며 구조요청을 하였다.

    ② 한편 사고 발생 당시 조타실에 있던 피고인 9는 ○○호가 급속히 기울어져 선수 갑판의 컨테이너가 좌현 쪽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전복될 것으로 판단하여, 엔진을 정지시키기 위해 엔진텔라그래프 레버를 잡아당겼으나 불완전하여 엔진이 완전히 정지되지 않은 상태에 있던 중, 피고인 1의 지시로 엔진을 완전히 정지시킨 다음 직통전화로 기관실에 전화를 걸어 기관실에 있던 기관부 선원들에게 기관실에서 나올 것을 지시하였다. 이어서 피고인 9는 피고인 1이 “기관실로 내려가 봐라.”라고 지시하자 곧바로 조타실을 나와 기관부 선실이 있는 3층 복도까지 계단으로 내려갔고, 09:06경 그곳에서 기관실에서부터 올라 온 기관부 선원들인 피고인 11, 피고인 14, 피고인 13과 기관부 선실에서 나온 기관부 선원들인 피고인 10, 피고인 12, 피고인 15와 함께 대기하였다.

    (다) 피고인 1과 피고인 2, 피고인 3 등 갑판부 소속 피고인들의 조치내용

    ① 당시 ○○호에는 피고인들을 포함한 승무원 33명 외에 443명의 승객들이 승선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부녀자와 노약자, 특히 수학여행을 가는 △△고 학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호의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잘 통솔하여 이들이 이 사건 사고로 동요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승객들에게 선내방송을 통하여 사고 발생 사실을 알리고 적당한 간격으로 선원들에 의해 어떤 비상조치가 시행되고 있는지 등의 구조 관련 상황을 반복해서 알림으로써 승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함은 물론, 사고 직후 이미 ○○호가 좌현으로 약 30도 정도 기울고 선수 갑판에 있던 컨테이너 등의 화물들이 좌현으로 쏠려 무너져 내리는 등 평소 복원력이 나빴던 ○○호가 곧 전복되어 침몰될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으므로, 무엇보다도 퇴선이 불가피한 위급상황에 대비하여 미리 퇴선이 용이한 갑판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하는 등 퇴선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여야 할 긴박한 상황이었다.

    ② 그런데 피고인 1은 위와 같이 피고인 2가 구조요청을 마친 후인 08:58경 피고인 3에게 ‘승객들로 하여금 구명조끼를 입고 그 자리에 대기하라’는 방송만을 지시하였을 뿐, 정작 선원들에게 승객 등의 퇴선에 대비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시하는 등 선박 위험 시 선장이 취하여야 할 지휘·감독상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 2, 피고인 3을 비롯하여 조타실에 모여 있던 갑판부 소속 피고인들이나 3층 선실 복도에 모여 있던 피고인 9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도 비상배치표 등에 따른 임무를 수행할 시도조차 하지 아니한 채 오로지 각각 조타실과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머물며 진도 VTS 등과의 교신에 매달려 구조요청을 반복하거나 아무런 대책 논의도 없이 상황을 주시하기만 하였다. 그에 따라 3층 안내데스크에 있던 사무부 승무원들은 자세한 사고경위도 모른 채 위 방송지시에 따라 승객들에게 선박의 침몰상황, 구조계획 등에 대한 설명 없이 ‘현 위치에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대기하라’는 취지의 안내방송을 실시한 후, 그저 조타실의 추가 지시만을 기다리면서 같은 내용의 안내방송을 반복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③ 피고인 1은 위와 같이 ○○호의 승무원들 모두가 승객을 선내 대기 상태로 방치한 채 수수방관하는 동안, 09:13경 ○○호 부근을 항해 중이던 □□□□□호가 진도 VTS의 구조요청을 받고 ○○호의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호에 다가오면서 “탈출을 하면 저희들이 구조를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교신을 들었고, 이후 진도 VTS와의 교신을 통해서 경비정 및 인근 어선들도 구조를 위해 오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09:21경 진도 VTS 및 □□□□□호로부터 “지금 □□□□□가 지금 접근 중에 있는데 지금 그 어롱사이드(ALONGSIDE)가 할 수 없는 상태라 구조 대기하고 있습니다.”, “인근에 있다가 인명들이 탈출하면 인명구조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교신을 들었음에도, 선원들을 지휘하여 구명뗏목과 슈트 등 구조장비를 투하하고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퇴선을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고, 조타실에 함께 있던 피고인 2, 피고인 3 등 나머지 갑판부 소속 피고인들도 교신내용을 듣고만 있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④ 또한 피고인 1은 ○○호가 45도 이상 기운 09:23경 진도 VTS로부터 “경비정 오는 데 15분, 15분입니다.”,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셔서 그 승객들한테 구명동의를 꼭 착용을 하고 옷을 두껍게 입으라고 최대한 많이 전파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교신을 들었고, 09:24경 □□□□□호 선장으로부터 “맨몸으로 하지 마시고 라이프링이라도 하여간 착용을 시켜서 탈출을 시키십시오, 빨리.”라고 하는 교신을 들었음에도 아무런 추가 조치 없이 이를 묵살하고, 다시 09:25경 진도 VTS로부터 “지금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저 선장님께서, ○○호 선장님께서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셔 갖고 지금 승객 탈출을 시킬지 최대한 지금 빨리 결정을 해 주십시오.”라고 하는 교신을, 09:26경 “경비정이 10분 이내에 도착할 겁니다.”라고 하는 교신을 들었을 뿐 아니라, 그 무렵 피고인 3으로부터 수차례 “어떻게 할까요?”라고 하는 추가 대응지시를 독촉받고, 조타실에 있는 무전기를 통해 3층 객실 안내데스크에 있던 사무부 승무원들로부터 선내에 대기 중인 승객들의 대피 등 추가 조치 요청을 수차례 받았음에도, 퇴선 등 구조조치에 관한 논의나 설명 없이 이를 모두 묵살한 채 아무런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 2, 피고인 3 등 나머지 갑판부 소속 피고인들도 여전히 조타실에 머물면서 승객 등의 퇴선을 위한 조치에 나서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1의 위와 같이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승객 등의 구조방안을 언급하지 아니하였다.

    (라) 피고인 9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의 조치내용

    ① 한편 피고인 9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머물면서 승객들이 선내 대기 방송에 따라 선내 대기 중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각자의 선실에서 구명동의를 찾아 입는 등 자신들의 퇴선에 대비하였을 뿐 구명뗏목과 슈트를 투하하거나 승객들을 구조가 쉬운 갑판으로 대피시키는 등 승객 구조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승객의 상황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승객 구조 방법을 논의조차 하지 아니하였다.

    ② 또한 피고인 9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은 ○○호에서 퇴선하기 얼마 전에 갑자기 조리수 공소외 1과 조리원 공소외 2가 차례로 우현 복도 쪽에서 기울어진 연결통로를 통해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이 대기하고 있던 좌현 복도 쪽으로 떨어져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이들을 구조가 쉬운 갑판으로 대피시키는 등 퇴선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마) 퇴선명령 등 필요 최소한의 구조조치와 그 이행 가능성 등

    ① 승객 등은 08:58경 배가 기울고 엔진이 꺼진 사실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갑판으로 나와서 침몰상황을 파악한 후 그에 따른 정보를 공유하고 생존을 위한 조치를 할 수 있었고, 그 경우 적어도 경비정이 도착할 무렵에는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에서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 등은 피고인 1의 지시에 의한 선내 대기 명령에 따라 경비정이 도착할 때 및 그 이후까지도 선실 내부 또는 복도 등에서 그대로 대기하고 있었다. ○○호가 급박하게 침몰하고 있는 당시 상황에서 후속 조치인 퇴선준비나 퇴선명령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선내 대기 명령으로 인하여 구조세력이 도착하더라도 승객 등이 침몰하는 선박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익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② 좌현으로 기울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의 퇴선은 주로 좌현 갑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선체가 계속 기울고 있었으므로 많은 승객 등이 빠른 시간 안에 퇴선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동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선체가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선수와 선미 사이의 수평이동은 어렵지 않았고, 3층과 4층 좌현 갑판에는 난간과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운동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3층과 5층 사이의 상하 이동도 가능하였다. 그리고 3층의 경우 선체의 좌현 쪽 전체가 갑판이고, 4층의 경우도 갑판의 길이가 약 40m 정도 되어 승객 등이 대피할 수 없을 만큼 공간이 협소하지 아니하였다.

    ③ 또한 카페리 여객선인 ○○호는 선체 아래쪽이 풍우밀구역으로 되어 있고 차량 등 화물을 싣는 공간에 격벽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여 바닷물이 침투할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침몰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당시 ○○호가 계속 기울어져서 승객 등이 선내에서 이동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반면 사고 당시 날씨가 맑고 파도가 잔잔하였을 뿐 아니라 구조세력과의 교신과정에서 해경 등의 구조세력이 가까운 시간 내에 ○○호에 도달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었으므로,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 등 해원들은 승객 등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선장인 피고인 1은 승객 등이 선내에 갇히기 전에 퇴선명령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④ 한편 가천대학교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에서 실시한 가상 대피 시나리오 및 탈출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호가 52.2도 기운 상태에서 선실에 있던 승객 등이 탈출을 시작하였다면 약 9분 28초 안에 탈출을 완료할 수 있으므로 늦어도 09:26경까지 승객 등이 탈출을 시작하였다면 3, 4층의 출입구가 침수되기 전에 ○○호를 탈출할 수 있었다.

    ⑤ 이러한 상황에서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의 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해당하는 적시의 퇴선조치 또는 유보갑판 등으로의 퇴선준비 조치는, 조타실 내의 방송장비 또는 선내 전화기를 통한 안내방송, 무전기를 통한 사무부에의 지시, 비상벨의 이용 등 조타실에 있었던 선원이면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방법으로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여의치 않더라도 선원들이 직접 객실이 있는 3층과 4층으로 이동하여 승객 등에게 퇴선을 알리거나 유보갑판으로 유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였다.

    ⑥ 그럼에도 피고인 1은 09:34경 ○○호의 침수한계선이 수면에 잠기어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09:35경 해경 경비정이 사고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퇴선명령 등 퇴선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 등 나머지 선원들도 그와 같은 상황을 방관하고 있었다.

    ⑦ 그에 따라 승객 등은, 해경 등 구조세력이 사고현장에 도착하였음에도 구조가 가능한 적절한 시점인 이른바 ‘골든타임'이 다 지나갈 때까지 ○○호의 침몰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반복적인 선내 대기 안내방송 등에 따라 막연히 선내에 대기하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바) 피고인들의 퇴선행위와 사고 발생 후의 피해상황

    ① 피고인 9는 위와 같이 나머지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과 3층 선실 복도에서 대기만 하고 있다가 09:38경 해경 구명단정이 ○○호의 좌현으로 접근하자 피고인 10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에게 3층 복도와 연결된 좌현 쪽 출입문을 통하여 밖으로 나가도록 한 뒤 09:39경 해경 구명단정에 탑승하면서 자신이 선원임을 밝히지 않고 ○○호에서 퇴선하였고, 피고인 10 등 나머지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도 피고인 9의 지시에 편승하여 승객 등에 대한 아무런 구조조치 없이 피고인 9와 함께 ○○호에서 퇴선하였다.

    ② 피고인 1과 피고인 2, 피고인 3 등 갑판부 소속 피고인들은 09:37경 이후 진도 VTS로부터의 교신에 응답하지 않은 채 해경 경비정이 ○○호에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대피명령 및 퇴선명령, 승객 퇴선유도 등 승객 등을 구조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승객 등의 상황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승객 등의 구조 방법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다가, 09:39경 피고인 9 등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이 퇴선하는 것과 전방에 경비정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곧바로 조타실 좌측에 있는 출입문을 통해 차례로 윙브릿지로 나간 후, 09:46경 ○○호의 조타실 앞에 도착한 해경 123호 경비정에 탑승하면서 자신들이 선장 또는 선원임을 밝히지 않고 퇴선하였고, 퇴선 이후에도 해경에게 승객 등이 선내 대기 중인 사실 등을 알려 주지 아니하였다.

    ③ 결국 승객 등은 구조세력이 도착한 이후에도 퇴선명령이나 이에 수반되는 퇴선유도 등 퇴선 상황에 따른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막연히 퇴선지시를 기다리면서 선내에 대기하다가 09:47경 ○○호의 3층 난간이, 09:50경 4층 난간이 완전히 침수되어 출구가 차례로 폐쇄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선체를 빠져나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해경 등의 구조활동에도 불구하고 303명이 바다에 빠져 사망하였고, 152명은 해경 등에 의하여 구조되었으나 ○○호가 갑자기 기울어질 때 또는 탈출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퇴선방송 지시 관련 주장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이 퇴선방송 지시를 하지 아니한 채 퇴선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 관련 주장에 관하여

    1) 먼저 피고인 1의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① 피고인 1은 승객 등의 구조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여야 할 선장으로서, 퇴선명령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선내 대기 상태에 있는 승객 등의 사망 결과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승객 등의 퇴선 여부 및 그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고 선원의 비상임무 배치를 지시하는 등 승객 등의 인명구조를 위한 조치를 지휘·통제할 수 있는 법률상·사실상 유일한 권한을 가진 지위에 있었으며, 당시 피고인 3에게 승객으로 하여금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지시하여 ○○호 승무원들이 피고인 1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고, 한편 승객 등은 이 사건 사고로 ○○호가 침몰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인식과 판단에 따라 스스로 탈출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선장인 피고인 1의 지시에 의한 선내 대기 안내방송에 따라 기울어져 가는 ○○호 선내에서 해경 등 구조세력을 기다리며 마냥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당시 사태의 변화를 지배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② 당시 ○○호가 상당한 정도로 기울어져 좌현과 우현 간의 이동이 자유롭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어진 상황에서 승객 등에 대한 구조활동이 얼마든지 가능하였고, 무엇보다 적절한 시점의 퇴선에 대비한 대피명령이나 퇴선명령만으로도 상당수 피해자들의 탈출 및 생존이 가능하고, 이러한 대피명령이나 퇴선명령은 조타실 내의 장비이용 등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충분히 이행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 1은 적어도 승객 등이 선내 대기 안내방송에 따라 침몰하는 ○○호 선내에 계속 대기하다가 탈출 자체에 실패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는 상황만큼은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③ 그럼에도 피고인 1은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에 대한 퇴선조치 없이 갑판부 선원들과 함께 해경 경비정으로 퇴선하였을 뿐 아니라 퇴선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승객 등이 스스로 ○○호에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는바, 피고인 1의 이러한 퇴선조치의 불이행은 승객 등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고, 승객 등의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는 작위행위에 의해 결과가 발생한 것과 규범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다음으로 피고인 1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1은 승선경험이 풍부한 선장으로서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여 ○○호의 승객 등의 안전이 종국적으로 확보될 때까지 적극적·지속적으로 구조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당시 ○○호의 침몰상황이나 구조세력과의 교신내용 등을 통하여 지체할 경우 자신의 명령에 따라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이 ○○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 1은 승객의 안전에 관하여 아무런 논의나 설명도 없이 해경 등 구조세력의 수차례에 걸친 퇴선요청마저 묵살하고 승객 등을 선실 내에 계속 대기하도록 내버려 둔 채 해경 경비정이 도착하자 승객 등보다 먼저 퇴선한 것이므로, 이는 구조작업이나 승객 등의 안전에 대한 선장으로서의 역할을 의식적이고 전면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피고인 1은 퇴선 직전이라도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에게 직접 또는 다른 선원을 통하여 쉽게 퇴선상황을 알려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그것마저도 하지 아니한 채 퇴선하였을 뿐 아니라 해경 경비정에 승선한 후에도 구조세력에게 선내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하는 등 승객 등의 안전에 대하여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의 탈출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져 가는 상황을 그저 방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피고인 1의 이와 같은 행태는 자신의 부작위로 인하여 승객 등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3) 끝으로 피고인 1의 부작위와 승객 등의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이 해경 등 구조세력의 퇴선요청에 따라 퇴선 대피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승객 등을 퇴선하기 좋은 외부 갑판으로 유도하거나 구호장비를 작동시키는 등 승객 등에 대한 구조조치를 하였다면, 적어도 승객 등이 사망에 이르지는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 1의 부작위와 피해자 공소외 3을 제외한 나머지 익사자 303명의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1의 위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3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 부분에 대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인 및 살인미수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
    나 부작위범 및 살인의 미필적 고의와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피고인 1의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살인의 점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 1의 위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3 부분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위 피해자의 경우 이 사건 사고 관련 나머지 실종자들과는 달리 ○○호가 침몰할 때까지 선체 내부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망시점이나 사망원인을 알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 1의 행위와 위 피해자의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의 살인·살인미수의 점에 관하여

    1)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위 피고인들이 간부 선원들로서 선장을 보좌하여 승객 등을 구조하여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별다른 구조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태를 방관하여 결과적으로 선내 대기 중이던 승객 등이 탈출에 실패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은 있다고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하여 그러한 부작위를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또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① 우선 피고인 1은 이 사건 사고 직후 조타실로 복귀하여 조타실 내 평소 지휘 장소인 해도대 부근에 머물면서 피고인 9에게 엔진정지를 지시하거나 피고인 2, 피고인 3 등 조타실에 있던 나머지 갑판부 선원들이 구조세력과 교신하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피고인 3에게 승객들에 대한 선내 대기 방송을 지시한 후 구조세력의 퇴선요구와 이에 대한 피고인 3의 대응지시 요청 등을 받고도 모두 묵살하여 승객 등의 선내 대기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는 등 퇴선할 무렵까지 선박의 안전에 관한 선장으로서의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이 사건 사고 이후의 사태 변화를 주도하거나 조종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는 비록 간부 선원이기는 하나 나머지 선원들과 마찬가지로 선박침몰과 같은 비상상황 발생 시 각자 비상임무를 수행할 현장에 투입되어 선장의 퇴선명령이나 퇴선을 위한 유보갑판으로의 대피명령 등에 대비하다가 선장의 실행지휘에 따라 승객들의 이동과 탈출을 도와주는 임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그 임무의 내용이나 중요도가 선장의 지휘 내용이나 구체적인 현장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동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퇴선유도 등과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에 의해서도 비교적 쉽게 대체 가능하다. 따라서 승객 등의 퇴선을 위한 선장의 아무런 지휘·명령이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가 단순히 비상임무 현장에 미리 가서 추가 지시에 대비하지 아니한 채 선장과 함께 조타실에 있었다거나 혹은 기관부 선원들과 함께 3층 선실 복도에서 대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선장과 마찬가지로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의 사망 결과나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 사태를 지배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② 또한 선박 위험 시 퇴선조치는 선박 위험의 태양과 정도, 선박의 내부구조와 승선자의 선내 위치 및 규모, 수온·조류·기상상황 등 자연조건, 구명장비·구조세력 등에 의한 생존 또는 구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승선자로 하여금 사고 선박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것보다 퇴선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최악의 비상상황에서 선박공동체의 안전을 위하여 부득이하게 행하여지는 극단의 조치이므로, 퇴선조치의 필요성이나 시기·방법 등은 선박공동체의 총책임자인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과 지휘에 따라야 하고, 다른 선원들이 함부로 이를 방해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비록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가 구조세력과의 교신과정이나 선내 대기 안내방송 등을 통하여 승객 등에 대한 퇴선조치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선장으로서의 경험이 풍부하고 연륜이 깊은 피고인 1을 중심으로 한 지휘명령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다른 승무원들과 마찬가지로 그 지휘체계에 편입되어 선장의 상황 판단과 지휘 내용에 의존하면서 후속 임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었을 뿐 아니라, 피고인 1이 명시적으로 퇴선조치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과 지휘명령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결과책임이 따를 수 있는 퇴선조치를 독단적으로 강행하여야 할 만큼 비정상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③ 나아가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는 조타실 또는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있던 나머지 선원들과 마찬가지로 구조세력에 구조요청을 하면서 대기하다가 해경 경비정 등 구조세력이 사고현장에 도착하여 해경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구조작업이 개시된 후에야 피고인 1의 선원들에 대한 퇴선명령이나 해경의 구조유도에 따라 ○○호에서 퇴선하였고 그 과정에서 특별히 피고인 1의 지시에 불응하고 상황 판단에 혼란을 주거나 혹은 다른 승무원들의 승객 등에 대한 구조활동을 방해 또는 제지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이들이 상대적으로 간부 선원의 지위에 있었다고 하여 조타실 또는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함께 있었던 3등 항해사인 피고인 4, 1등 기관사인 피고인 10 등 나머지 피고인들과 달리 승객 등에 대한 유기의 고의를 넘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피고인 1의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④ 한편 피고인 9는 당시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를 직접 보지는 못한 상태에서 함께 대기하던 다른 피고인들의 보고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였을 뿐이며, 그 보고내용 중에는 피해자들이 생존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도 있었고 이러한 상황보고가 허위라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한 점, 피고인 9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부 소속 피고인들도 위 피해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의심하여 퇴선 시 구조방안을 전혀 마련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아무도 피고인 9에게 위 피해자들을 데리고 나가자고 제안하지 아니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 9가 적어도 퇴선 무렵에는 위 피해자들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오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 그렇다면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9의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조치는 앞서 본 관련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들의 수난구호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가.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1) 피고인들의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적용대상에 대한 주장에 관하여

    (가) 수난구호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해수면과 내수면에서 조난된 사람, 선박, 항공기, 수상레저기구 등의 수색·구조·구난 및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조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조에서 ‘수난구호’란 해수면 또는 내수면에서 조난된 사람 및 선박, 항공기, 수상레저기구 등(이하 ‘선박등’이라 한다)의 수색·구조·구난과 구조된 사람·선박등 및 물건의 보호·관리·사후처리에 관한 업무를 말하고(제3호), ‘조난사고’란 해수면 또는 내수면에서 선박등의 침몰·좌초·전복·충돌·화재·기관고장 및 추락 등으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 및 선박등의 안전이 위험에 처한 상태를 말하며(제4호), ‘구조’란 조난을 당한 사람을 구출하여 응급조치 또는 그 밖의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안전한 장소로 인도하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제7호).”라고 규정하는 한편, 제18조 제1항 본문에서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등의 선장·기장 등은 조난된 선박등이나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때에는 가능한 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그 단서에서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체계, 내용 및 취지와 더불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은 구조대상을 ‘조난된 선박’이 아니라 ‘조난된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같은 법 제2조 제4호에서 조난사고가 다른 선박과의 충돌 등 외부적 원인 외에 화재, 기관고장 등과 같이 해당 선박 자체의 내부적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라 하더라도 구조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조난된 사람의 신속한 구조를 목적으로 하는 수난구호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하여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은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호의 선장 및 승무원들로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적용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13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조난된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급박한 위해를 실질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가능한 조치를 다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조치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는 조난사고의 발생장소나 시각, 사고현장의 기상 등 자연조건, 조난사고의 태양과 위험 정도, 구조인원 및 장비의 이용 가능성, 응급처치의 내용과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사고로 ○○호의 승객 등이 조난을 당하였음에도, 그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승무원들인 위 피고인들이 조난당한 승객 등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등 인명구조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여,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필요한 조치’의 내용이나 기대가능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수난구호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위반죄와 법조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 이유무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유기치사·치상의 점에 대하여 

    가.  피고인 9를 제외한 위 나머지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1)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12의 보호의무 관련 주장에 관하여

    형법 제275조 제1항의 유기치사·치상죄는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가 유기하여 사상에 이르게 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위 보호의무는 부조를 요하는 상대방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므로 그 상대방이 직면하게 될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가능한 조치를 다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위 피고인들은 ○○호의 승무원으로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의한 승객 등에 대한 법률상 보호의무와 피고인들이 소속된 공소외 4 주식회사과 승객 사이에 체결된 여객운송계약의 의무이행자 또는 이행보조자로서 승객에 대한 계약상 보호의무가 있으며, 그 내용은 ○○호 운항관리규정에서 정한 의무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선장인 피고인 1의 구체적인 구조지시가 없었다고 하여 보호의무가 면제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유기치사·치상죄의 보호의무의 근거와 내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고의 관련 주장에 관하여

    유기행위는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 없는 상태로 둠으로써 생명·신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므로 작위뿐만 아니라 부작위에 의하여도 성립하며, 유기를 당한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험을 발생하게 할 가능성이 있으면 유기행위의 요건은 충족되고 반드시 보호의 가능성이 전혀 없을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피고인이 주관적 요소인 고의나 공동 가공의 의사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670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은 승객 등이 선내 대기 안내방송에 따라 침몰하는 ○○호의 선내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대기 중에 있으므로 퇴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승객 등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09:26경 진도 VTS로부터 10분 후에 경비정이 도착한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도 대피명령 및 퇴선명령, 퇴선유도 등 승객 등을 구조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가능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들이 유기의 고의로 공동하여 ○○호의 승객 등을 유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유기행위와 유기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5, 피고인 10의 인과관계 관련 주장에 관하여

    형법 제275조 제1항의 유기치사·치상죄는 결과적 가중범이므로, 위 죄가 성립하려면 유기행위와 사상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행위 시에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유기행위가 피해자의 사상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유일하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뿐만 아니라,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제3자의 행위가 일부 기여하였다고 할지라도 유기행위로 초래된 위험이 그대로 또는 그 일부가 사상이라는 결과로 현실화된 경우라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921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620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사고지점의 수온과 조류의 세기, 구조세력의 대기 상태, 선내 이동의 용이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해자 공소외 3을 제외한 나머지 사망 피해자들이 적절하게 대피했더라면 모두 생존할 수 있었고, 생존 피해자들의 정신적·신체적 상해 역시 피고인들의 유기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이 스스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위 피고인들의 유기행위와 피해자 445명의 사망 또는 상해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유기치사·치상죄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피고인들의 긴급피난 또는 기대가능성 관련 주장에 관하여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말하고, 여기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첫째 피난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고,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며, 셋째 피난행위에 의하여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넷째 피난행위는 그 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0도13609 판결 참조). 한편 피고인에게 적법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하에 행위자 대신에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이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5도1010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이 승객 등에 대한 구호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호를 탈출하여 승객 등으로 하여금 사상에 이르게 한 행위가 위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당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당황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구호조치 등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긴급피난 또는 기대가능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9의 유기치사의 점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3 부분에 대하여, 위 제1의 마.항 중 (3)의 (가)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유기행위와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5의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의 점에 대하여 

    가.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2가 ○○호가 안전한 상태에서 운항할 수 있도록 화물적재량과 고박 상태를 확인하여 사고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호가 좌현으로 기울어지면서 전복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판단하여, 위 피고인이 피고인 1과 공동하여 업무상 과실로 사람이 현존하는 ○○호를 침몰하게 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도538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호를 우현으로 대각도로 조타한 피고인 5의 업무상 과실과 대각도 조타에 관한 감독의무를 소홀히 한 피고인 4의 업무상 과실 역시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었음을 전제로 하여, 위 피고인들이 피고인 1, 피고인 2와 공동하여 업무상 과실로 사람이 현존하는 ○○호를 침몰하게 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①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5가 피고인 4의 지시에 따라 정상적으로 변침을 시도하던 중 자신이 사용한 조타기의 타각보다 더 많은 각도의 타효가 발생하여 ○○호가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선회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② 이러한 현상은 조타유압장치에 설치되어 있는 솔레노이드 밸브(Solenoid Valve) 안에 오일 찌꺼기(슬러지)가 끼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데, 사고 당시 ○○호의 항적이 ○○호 건조 당시 우현 최대 타각 35도로 한 선회시험에서의 항적과 거의 일치하여 위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에 의해 타가 우현 최대 타각 위치까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였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점, ③ ○○호는 프로펠러가 2개이고 타가 하나인 이른바 ‘2축 1타선’이므로 엔진 이상 등으로 좌현 쪽 프로펠러만 작동하고 우현 쪽 프로펠러는 작동하지 아니하는 현상이 발생할 경우 추진력 차이로 인해 ○○호가 급격하게 우선회할 수도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사고 당시 ○○호의 조타기나 프로펠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이상 피고인 5, 피고인 4에게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를 비롯한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5.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4, 피고인 5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가.  피고인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1) 피고인 2의 공소장변경 관련 주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4항은 공소사실의 변경 등이 피고인의 불이익을 증가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필요한 방어의 준비를 하게 하기 위하여 공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소사실의 일부 변경이 있고 법원이 그 변경을 이유로 공판절차를 정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공판절차의 진행상황에 비추어 그 변경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지 아니하는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도2687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의 점 외에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살인미수의 점, 수난구호법 위반의 점], 예비적 공소사실로 [유기치사·치상의 점, 수난구호법 위반의 점]으로 기소된 피고인 2에 대하여, 제1 예비적 공소사실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의 점]을 추가하고 당초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제2 예비적 공소사실로 하는 검사의 공소장변경 신청을 허가한 다음, 제1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새로이 심리를 하고 피고인 및 변호인에게 최종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한 후 변론을 종결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제1심 이래 원심의 공소장변경이 있기까지의 공판절차 진행상황과 검사 및 피고인의 주장·입증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공소장변경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는 취지에서 공판절차를 정지하지 아니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소장변경 절차를 위반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 및 피고인 2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특정범죄가중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형법, 관세법, 조세범 처벌법, 지방세기본법,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및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특정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5조의12에서 “해사안전법 제2조에 따른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 처벌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각 호에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제1호),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2호).”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해사안전법 제2조는 “‘선박’이란 물에서 항행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배(물 위에서 이동할 수 있는 수상항공기와 수면비행선박을 포함한다)를 말한다(제2호).”라고 규정하고,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서도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과 승무원의 구조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선박 교통사고에 관한 정의 규정이나 선박 간의 충돌사고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체계, 내용 및 취지 등을 고려하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위반죄는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및 중과실치사상죄를 기본범죄로 하여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 위반행위 및 도주행위를 결합하여 가중 처벌하는 일종의 결합범으로서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선박 간의 충돌사고’나 ‘조타상의 과실’로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사고를 낸 선장 또는 승무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로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인지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그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의 양상과 정도, 선장 또는 승무원의 과실 정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1474 판결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위 피고인들이 화물과적, 고박불량 등의 업무상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낸 선장 또는 승무원으로서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의 범행주체가 됨을 전제로 하여, 위 피고인들은 456명의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사고로 바다에 빠지게 하거나 매몰된 선체에 갇히게 하였음에도 조난된 피해자들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살인죄가 인정되지 아니한 피해자 공소외 3 부분을,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이 부분 공소사실 전부를 각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에서 정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 부분을 가중범죄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선장 또는 승무원에게 요구되는 ‘조치의무의 내용’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다소 부적절하다고 할 것이나,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하여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도 포함되는 이상, 위 피고인들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위반죄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전제로 위와 같이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은 없다.
     
    나.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 4, 피고인 5가 피고인 1, 피고인 2와 공동하여 업무상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내고도 456명의 조난된 피해자를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 제4의 나.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위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6.  피고인 4, 피고인 5의 해양환경관리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위 피고인들이 피고인 1과 공동하여 업무상 과실로 ○○호가 바다에 매몰되어 총 214㎘ 가량의 기름을 주변 해상으로 배출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 제4의 나.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위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7.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가.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9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위 피고인들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검토하여 보면, 위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각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피고인 5, 피고인 11, 피고인 12, 피고인 13, 피고인 14, 피고인 15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8.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피고인 2, 피고인 3의 살인·살인미수 무죄판단 부분에 대한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과 수난구호법 위반, 유기치사·치상 및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의 각 유죄판단 부분에 대한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살인·살인미수 판단 부분에 관한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과 수난구호법 위반 유죄판단 부분에 관한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이 있다.

     
    9.  피고인 2, 피고인 3의 살인·살인미수 무죄판단 부분에 대한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은, 피고인 2, 피고인 3이 선장과 마찬가지로 선내 대기 중인 승객 등의 사망 결과나 그에 이르는 사태를 지배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당시 선장인 피고인 1을 중심으로 한 지휘명령체계가 유지되고 있었으므로 선장의 지휘에 따라야 하는 위 피고인들이 승객 등에 대한 구조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태를 방관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부작위를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거나 승객 등에 대한 유기의 고의를 넘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피고인 1의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이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및 살인미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가 정당하다는 것이나, 이러한 결론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가.  피고인 2, 피고인 3은 선박이 조난사고를 당한 비상상황에서 선장을 보좌하여 선원들을 지휘하고 유사시 선장의 직무를 대행할 책임을 지고 있어 조난을 당한 승객 등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법적 지위와 작위의무에 있어 선장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 피고인 2, 피고인 3은 이 사건 사고 당시 각 1등·2등 항해사로 ○○호에 승선하였다. 항해사는 일정한 자격 면허를 가지고 선박의 항해, 승무원의 지휘, 하역의 감독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선박직원을 말하는데, 해기사 면허 등급으로는 1급 항해사 내지 6급 항해사가 있고, 선박 내에서의 직무 편성 기준으로는 1등 항해사 내지 3등 항해사로 구분된다. 1등 항해사는 갑판부의 책임자이자 선장 다음 직위에 있는 항해사로서 선장의 보좌, 선장 직무 대행, 항해사 및 갑판부원의 지휘·감독, 선박의 안전과 규율, 화물의 안전관리 등을 수행하며, 2등 항해사는 주로 항해와 항해계기 관련 직무를 수행한다.

    항해사의 법령상 책임에 관하여 보면, 구 선원법은 선장의 재선의무(제10조), 선박 위험시 인명구조 등에 필요한 조치의무(제11조~제13조) 등 의무와 그 의무위반에 따른 벌칙조항(제160조~제164조)을 규정하는 한편, “선장에게 적용할 벌칙규정은 선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사람에게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제180조), 선박직원법 제11조 제2항 제1호는 “선장은 선박의 운항관리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다만 사망·질병 또는 부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선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자동화선박에서는 항해를 전문으로 하는 1등 운항사가 그 직무를 대행하고, 그 밖의 선박에서는 1등 항해사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제1항은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항행구역, 크기, 용도 및 추진기관의 출력과 그 밖에 선박 항행의 안전에 관한 사항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선박직원의 승무기준에 맞는 해기사를 승무시켜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그 위임에 따른 선박직원법 시행령 제22조, [별표 3]은 일정한 톤수 등에 따라 선장 외에 1등 항해사, 2등 항해사, 3등 항해사를 추가로 승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선장 역시 항해사 면허를 가진 자를 승무시키도록 하고 있다.
    한편 항해사의 가장 일반적이고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갑판부에서 ‘항해당직’을 수행하는 것이고(선박직원법 제11조 제2항 제2호), 이는 선박에서 일정 시간동안 선장을 대리하여 선박의 안전한 항해에 관한 제반 사항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구 선원법 제9조는 “선장은 선박이 항구를 출입할 때나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 또는 그 밖에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에는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하여야 한다. 다만 제60조 제3항에 따라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1등 항해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원에게 선박의 조종을 지휘하게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일정한 지위에 있는 직원에게 선장을 대행하여 선박을 조종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선박 조종 지휘를 대행할 수 있는 직원은 “1등 항해사, 운항장, 「선박직원법 시행령」[별표 3]에 따른 1등 항해사 또는 운항장의 승무자격 이상의 자격을 갖춘 직원”인데(선원법 시행령 제3조의6), 위 선박직원법 시행령 [별표 3]에 따른 ‘1등 항해사의 승무자격’은 이 사건 ○○호와 같은 ‘3천 톤 이상의 연안수역 여객선’의 경우 ‘3급 항해사 자격을 갖춘 사람’이 그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2, 피고인 3은 모두 위와 같이 특수한 경우에 선장의 선박 조종 지휘를 대행할 수 있는 직원에 해당한다.
    또한 구 선원법 제15조 제1항은 “선장은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상시에 조치하여야 할 해원의 임무를 정한 비상배치표를 선내의 보기 쉬운 곳에 걸어두고 선박에 있는 사람에게 소방훈련, 구명정훈련 등 비상시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해운법 제21조, 해운법 시행규칙 제15조의2, [별표 2의2]에 따른 ○○호의 운항관리규정, 비상배치표 등에 의하면, ○○호가 침몰 등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 ○○호의 선장은 인명구조 및 퇴선 등 구조조치를 총괄 지휘하면서 승객들을 구조가 용이한 갑판 등에 대피시키고 퇴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안전한 퇴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비상벨·방송설비·무전기·전화 등을 통한 대피명령과 퇴선명령 및 상황전파 안내방송, 선원을 통한 안내 및 승객 유도, 선원들의 담당구역 배치 및 구명뗏목과 슈트의 투하 지시 등 적절한 구조조치를 취함과 아울러 선원들이 각자에게 부여된 구조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지휘·감독하여야 하고, ㉡ 1등 항해사와 2등 항해사는 선장을 보좌하여 현장을 지휘하고, 퇴선명령에 따라 비상탈출구 위치 및 대피 방법에 대한 안내방송을 이행하고, 좌·우현 슈트와 구명뗏목을 투하하고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들이 좌·우현 슈트 등을 통해 안전하게 퇴선할 수 있도록 조치하도록 되어 있으며, 그 비상배치표는 ○○호의 각 선실에 부착되어 있었다.

    (2) 위와 같은 항해사의 직무와 법령상·내부규정상 책임 등을 종합하여 보면, 1등·2등 항해사는 단순히 선장의 지휘를 받아 선박의 항해와 관련된 전문적 업무만을 한정적으로 수행한다기보다는, 선장을 보좌하여 각종 운항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항해당직과 선박의 조종지휘 등 일정한 경우에 선장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책임을 지는 ‘간부’ 선박직원으로서 선박과 승객의 안전 문제에 관하여 선장과 함께 선박의 운항과 해원들에 대한 지휘 등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1등·2등 항해사는 선박 내 승객 등의 인명에 관하여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여 선장이 혼자서 그 역할을 전부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선장의 총지휘 권한 행사의 취지에 명시적으로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장의 구조조치 지휘에 관한 업무를 적극적으로 보좌하여 선원들을 직접 지휘할 의무를 부담할 뿐 아니라, 만일 선장이 조난상황에 비추어 당연히 취하여야 할 지휘조치를 누락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구체적인 구조조치를 선장에게 적극적으로 건의·촉구하여야 할 조리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위 선박직원법 제11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사망·질병 또는 부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선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1등 항해사가 그 직무를 대행할 법률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이 선장의 유고 시나 사망·질병·부상으로 사유를 한정하지 않고 ‘부득이한 사유’를 추가하여 개방적·포괄적으로 규정한 취지는, 항해라는 항시 고도의 위험성을 수반하는 행위로 인하여 선박공동체에 법이 예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장이 도저히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지휘 부재 또는 불가능의 상태가 발생한 경우에 선장의 대행책임자가 신속하게 선장을 대행하게 함으로써 선장에게서 선박의 총지휘 책임을 면제시키고, 정상적인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갖춘 대행책임자의 의지와 능력에 의존하여 정상적 운항을 지속하거나 긴박한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선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에는 위 조항에서 든 신체적 사유뿐 아니라, 선장이 정신적 충격이나 공황 등으로 인하여 도저히 정상적인 상태로 볼 수 없을 정도로 판단·의사결정 및 직무수행 능력의 심각한 흠결 상태를 보이는 경우이거나 선박조난 등의 위기상황에서 선장이 승객 등의 생명 보호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지휘조치를 고의·과실로 방기하고 위험 상태를 방치함으로써 누군가 그 조치를 대행하지 않으면 선박공동체 전체가 급박한 위험을 회피하지 못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 선장이 직무수행을 계속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1등 항해사까지도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2등 항해사가 선장의 직무를 대행할 책임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1등 항해사 등 간부 선박직원은 다른 일반 선원들과 달리, 선장의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에 일방적·수동적으로 종속되는 지위에만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선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여 다른 선원들을 지휘하면서도 유사시 선장의 직무를 대행하여 선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여야 하고 평상시에도 이를 대비하여야 하는 특수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 사건처럼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으로서 피고인의 행위 자체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고인의 지위나 의무가 문제 되는 경우에, 위와 같은 사정을 특별하고 진지하게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 사회를 넓고 깊게 통찰하고 법을 합목적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법원의 책무이다.

    (3) 뿐만 아니라, 피고인 2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화물의 적재 업무를 담당함에 있어서 ○○호가 복원성을 유지하면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최대치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과적 및 평형수의 감축을 묵인하였고, 화물이 움직이지 않게 규정대로 화물의 고박 방식을 지시하여야 함에도 규정과 달리 부실하게 고박하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국 ○○호가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채 출항하게 하여 전복의 위험성을 높이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하였고, 피고인 3은 조타실에서 진도 VTS와 교신 업무를 수행하면서 구조세력에 관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제공받아 구조세력이 어떤 규모로 언제 도착할지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는데, 선장인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08:58경 승객들에게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을 사무부에 직접 무전기로 전달하여 승객들로 하여금 그대로 대기하게 함으로써, 대부분의 승객들이 침몰하는 선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게 될 위험의 원인을 제공하는 데 직접적으로 관여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들은 앞에서 살핀 간부 선박직원의 지위에서 비롯된 승객 등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법적 지위에 있을 뿐 아니라, 형법 제18조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로서 타인의 법익에 대한 위험이 구성요건적 결과로 발전되지 않도록 위험을 제거하고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 지위도 함께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나.  피고인 2, 피고인 3은 이 사건 사고 당시 긴박한 상황 전개와 피고인 1의 모든 대응을 직접 목격함으로써 피고인 1이 승객의 인명구조와 관련된 선장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포기·방기하는 비정상적 상황임을 인식하였다고 보인다.

    (1) ○○호의 침몰이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선장인 피고인 1은 다수의견에서 살핀 바와 같이 선내 대기 명령 및 구조세력과의 교신 외에는 퇴선을 위한 대피명령이나 퇴선명령을 비롯하여 승객들의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 등 자신이 행하여야 할 당연한 책무를 전면적으로 방기하였다.

    (2) 피고인 2, 피고인 3은 사고 직후 피고인 1 등 나머지 갑판부 선원들과 함께 조타실에 모인 다음, 피고인 2는 08:55경 제주 VTS에 “본선 배 넘어가 있습니다.”라며 구조요청을 하고, 피고인 3은 08:58경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직접 무전기로 ○○호의 사무부 승무원에게 선내 대기 안내방송을 지시하는 등 사고 초기부터 사태 수습의 전 과정에 관여하였고, ○○호의 사무부 승무원들과의 무전기 교신이나 진도 VTS 등 구조세력과의 VHF 교신을 주도하여 구조세력의 규모와 도착시간, ○○호의 침몰에 대비한 퇴선조치의 필요성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3) 위 피고인들은 사고 상황 초기부터 퇴선 전까지 조타실에 있으면서 피고인 1의 말과 행동을 직접 목격하였는데, 피고인 1은 위와 같이 승객 등에 대하여 선내 대기 명령을 내린 후 구조세력과의 교신에 관여한 것 외에는 승객의 구조에 관하여 논의나 조치한 것이 전혀 없었다.
    퇴선명령을 너무 일찍 내려 승객 등이 차가운 바닷물에 빠질 경우 저체온증이 발생하거나 조류에 떠내려가 실종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고 발생 초기에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그것 자체는 비정상적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호가 복원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외부에 구조요청을 한 상태에서는 일단 승객 등을 퇴선이 용이한 유보갑판으로 이동시키고 선원들이 구명장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그 작동을 준비하는 등의 대피명령은 마땅히 취하여야 했다. 더구나 피고인 1이 지시한 선내 대기 명령으로 인하여 승객들이 선실 등 사고 당시에 있던 자리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그 후속조치인 퇴선을 위한 대피명령과 퇴선명령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구조세력이 도착하더라도 승객들이 침몰하는 선박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익사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1은 09:13경 □□□□□, 09:23경 진도 VTS, 09:24경 □□□□□, 09:25경 진도 VTS, 09:26경 진도 VTS로부터 각 구조세력의 도착에 관한 정보와 함께 승객들을 탈출시킬 것을 직·간접적으로 권유·요청받았음에도 승객들의 퇴선을 위한 어떠한 준비조치도 지시하지 아니하였고, 그렇다고 반대로 당시 시점에서는 승객들의 퇴선이 오히려 위험하니 퇴선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상태가 갑판부 선원들이 퇴선할 때까지 지속되었는데 이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이 분명하다.

    (4) 그렇다면 위 피고인들로서는 곧 구조세력이 도착하면 도대체 각 선실 내부에 대기하고 있는 승객들이 어떻게 선박에서 탈출하여 구조를 받을 것인지에 관하여 당연히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고, 400명이 넘는 승객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모두 퇴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구조세력이 독자적으로 모든 승객들에게 탈출하라고 알릴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이 선장이 승객들의 퇴선과 관련하여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위 피고인들은 선장이 400명이 넘는 승객의 인명구조에 관한 의무의 이행을 전면 포기·방기한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다.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는 비상상황에서 선장을 보좌하여 현장을 지휘할 의무 외에도 선장의 직무 포기라는 비정상적 상황이 지속됨으로 인하여 선장을 대행하여 구조조치를 지휘할 의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1) 09:25경 피고인 3이 진도 VTS의 퇴선요청에 따라 피고인 1에게 “어떻게 할까요?”라고 몇 차례 물은 후에도 선장인 피고인 1이 퇴선명령 또는 퇴선준비조치를 위한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고 있었던 점, 위 피고인들이 진도 VTS로부터 “경비정이 10분 이내에 도착할 겁니다.”라고 하는 교신을 받은 09:26경은 승객 등의 탈출시간과 경비정 도착시간 등을 고려할 때 승객 등에게 대피명령과 퇴선명령을 통한 구호조치를 개시하여야 할 절체절명의 시간대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늦어도 위 09:26경에는 선장이 조난상황에 비추어 당연히 취하여야 할 인명구조조치를 누락한 것이 분명하였으므로 위 피고인들로서는 선장에게 승객 등의 퇴선을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건의·촉구하는 등으로 최소한 승객 등이 퇴선이 용이한 갑판으로 대피하도록 하는 구조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할 의무가 있었고, 그때부터 경비정이 도착하여 피고인들이 퇴선을 개시할 무렵인 09:46경까지도 피고인 1이 선장으로서 인명구조조치를 지휘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 순차적으로 선장 직무 대행 책임이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2) 따라서 다수의견이 퇴선조치의 필요성이나 시기·방법 등은 선박공동체의 총책임자인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과 지휘에 따라야 하고, 다른 선원들이 함부로 이를 방해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이유로 당시 위 피고인들이 선장의 판단과 지휘명령체계를 무시하거나 퇴선을 독단적으로 강행할 수 없었다고 판단한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라.  피고인 2, 피고인 3은 당시 상황에 부합하는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승객 등의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을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저지할 수 있을 정도로 사태를 지배하고 있었음에도 어떠한 의무도 이행하지 않고 방관하였다.

    (1) 당시 선장이 선내 대기 명령을 내린 후 다른 후속조치에 관한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하게 퇴선준비조치나 퇴선명령 자체를 금지시킨 것도 아니고 다만 선장이 위와 같이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었던 것이므로, 선장과 함께 조타실에 있으면서 진도 VTS와의 교신과 사무부 승무원과의 무전연락을 통해 구조세력의 도착상황과 선내 승객 등의 대기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피고인 2, 피고인 3으로서는 선장에게 대피명령과 퇴선명령 등 구조조치를 구체적으로 지시할 것을 건의·촉구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호 선사와 선장이 비상배치표를 통하여 1등·2등 항해사에게 미리 부여한 비상상황에서의 현장지휘 권한이 있었으므로, 다른 간부 선박직원들과 달리 위 피고인들은 직접 갑판부 선원들과 승무원들에게 퇴선준비조치 등 각 구조임무를 수행하도록 지휘할 수도 있었다(피고인 9도 자신의 지휘를 받는 기관부 선원들에게 선장의 지시 없이 대비행위와 퇴선행위를 지시하여 갑판부 선원들보다 먼저 퇴선하였다). 나아가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선장의 직무를 대행할 책임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시점부터는 선장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더라도 선장을 대행하여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승객 등에 대하여 갑판으로의 대피명령 내지 퇴선명령을 할 권한과 책임이 있었다.
    이 모든 조치는 피고인 2, 피고인 3이 있던 조타실 내의 비상벨의 이용, 방송장비 또는 선내 전화기를 통한 안내방송, 무전기를 통한 사무부에의 지시 등 조타실에서 손쉽게 할 수 있었다.

    (2) 그럼에도 피고인 1과 피고인 2, 피고인 3은 퇴선 직전까지도 승객 등에게 퇴선을 위한 유보갑판으로의 대피명령이나 퇴선명령 등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기관부 선원들이 퇴선하는 것을 알게 된 09:39경이라도 승객 등에 대하여 퇴선명령을 내렸다면 그때라도 많은 승객들이 신속하게 바다에 뛰어들어 후속 구조를 받음으로써 사망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제1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한 가상 대피 시나리오 및 탈출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선실에 있는 승객들에게 9분 28초라는 시간만 있었다면 퇴선하여 바다에 뛰어들어 후속 구조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3) 이처럼 피고인 2, 피고인 3이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반드시 선장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결과발생 저지의 가능성은 간접적이 아니라 직접적이었고, 당시 상황에 비추어 그러한 의무 이행은 매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비교적 용이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 피고인들 역시 사태를 지배하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마.  피고인 2, 피고인 3은 구조정이 도착한 이후에 승객 등에게 퇴선하라는 아무런 명령·조치도 없이 선내에 그대로 방치한 채 선장 및 다른 갑판부 선원들과 함께 먼저 퇴선함으로써, 그 후 승객 등이 사망할 가능성이 크지만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의사, 즉 결과발생을 인식·용인하였고, 이러한 위 피고인들의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

    (1) 위 피고인들이 구조정의 구체적 도착시간을 알게 된 위 09:26경부터 해경 123호 경비정에 탑승한 09:46경까지의 시각에 ○○호는 이미 전복 직전의 상태로서(09:34:03경의 기울기가 52.2도, 09:46:38경의 기울기가 61.2도였음)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완전히 전복되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고, 더구나 선장의 선내 대기 명령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승객들이 선실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어 몇십 분 안에 갑판 또는 바다로 탈출하지 않으면 그대로 출구가 침수되어 익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구조세력에게 선내 승객들의 현황에 관한 정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이들이 신속하게 승객들에 대한 퇴선을 지시하여 구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어려운 여건이었다.

    이 사건 선박의 전복과 침몰 원인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며, 조난당한 승객 등을 구호하는 데에 대하여 선장에 준하는 보호의무를 가지는 위 피고인들이 선장에게 퇴선명령을 건의·촉구하거나 스스로 대행하여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채 선장 및 선원들과 함께 퇴선하는 것은 그 이후의 퇴선명령 가능성마저 봉쇄하는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은 퇴선 당시 승객 등이 침수하는 선내에 갇혀 구조 가능성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사망의 결과까지 초래한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그럼에도 이와 같은 퇴선을 단행한 것은 승객 등의 인명보다 자신들의 생존을 우선적으로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결국 대다수 승객들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용인하는 의사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이는 다수의견이 피고인 1의 구조조치 불이행과 퇴선행위에 대하여 승객 등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 것과 다를 바가 없다.

    (2) 또한 다수의견은 퇴선 당시 선장인 피고인 1의 선원들에 대한 퇴선명령에 따라 퇴선한 점도 위 피고인들의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는 한 요소로 들고 있으나, 피고인 1은 제1심과 원심에서 선원들에게 명시적으로 퇴선명령을 한 적이 없고 선원들이 퇴선하는 것을 내버려두거나 자신이 퇴선함으로써 묵시적으로 퇴선명령을 한 것이라고 하고 있고 피고인 4 등 일부 갑판부 선원들의 진술도 이에 부합하여 피고인 1이 선원들에 대하여 퇴선명령을 내렸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명확하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판단의 전제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3) 그렇다면 피고인 2, 피고인 3의 위와 같은 부작위는 스스로 퇴선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승객 등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
     
    바.  피고인 2, 피고인 3은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암묵적, 순차적으로 공모 가담한 공동정범이라고 보아야 한다.

    (1) 공범관계에서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다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공동 가공에 의한 범죄 실현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는 성립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참조). 한편 부작위범 사이의 공동정범은 다수의 부작위범에게 공통된 의무가 부여되어 있고 그 의무를 공통으로 이행할 수 있을 때에 성립하는데(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89 판결 참조), 이때 각자의 역할 내지 부작위의 구체적 내용 등이 상호 간 다소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의무의 공통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이 사건에서 피고인 2, 피고인 3은 비록 승객들에게 필요한 퇴선명령을 하지 않을 것과 승객 등을 그대로 방치한 채 먼저 퇴선하는 것 등에 관하여 피고인 1과 명시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의사 합치에 이르는 등 모의를 한 것은 아니지만, 각자 자신의 의무의 존재와 불이행 사실 및 다른 피고인들의 불이행 사실까지도 모두 인식하였고 이와 같이 아무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에서 더 나아가 공동 퇴선에 의하여 향후의 이행 가능성까지 차단함으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하고 선장의 무책임한 행위에 편승하여 함께 퇴선행위를 하였으므로,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공동 가공에 의한 구성요건 실현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졌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사.  결론적으로, 피고인 2, 피고인 3은 선장인 피고인 1과 함께 부작위에 의한 살인 및 살인미수죄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피고인 2, 피고인 3이 승객 등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살인죄 및 살인미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다수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10. 수난구호법 위반, 유기치사·치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의 각 유죄판단 부분에 대한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수난구호법 위반의 유죄 판단 부분에 대하여

    (1) 다수의견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이 구조대상을 ‘조난된 선박’이 아니라 ‘조난된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같은 법 제2조 제4호에서 조난사고가 다른 선박과의 충돌 등 외부적 원인 외에 화재, 기관고장 등과 같이 해당 선박 자체의 내부적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라 하더라도 구조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조난된 사람의 신속한 구조를 목적으로 하는 수난구호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하여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2) (가)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3053 판결 등 참조).
    (나) 수난구호법 제18조는 ‘인근 선박등의 구조지원’이라는 제목으로, 제1항에서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등의 선장·기장 등은 조난된 선박등이나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때에는 가능한 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만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는 같은 항 본문의 예외라는 그 규정 형식에 비추어 볼 때, 위 조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일단 그 본문의 요건을 충족하는 본문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함은 분명하다. 따라서 위 조항 단서를 해석함에 있어서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앞서, 위 조항 본문의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등의 선장·기장 등’(이 사건에서는 항공기 등이 아니라 선박이 문제 되는 사안이므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하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의 선장 등’이라고만 한다)에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다) ①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 역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본문의 구조대상이 되는 ‘조난된 사람’에 해당한다.
    ‘조난사고’란 해수면 또는 내수면에서 선박등의 침몰·좌초·전복·충돌·화재·기관고장 및 추락 등으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 및 선박등의 안전이 위험에 처한 상태를 말한다(제2조). ‘조난된 선박’에 승선하고 있던 사람의 경우 해당 선박의 조난으로 그 생명·신체의 안전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난된 사람’에 해당한다. ‘조난된 사람’을 ‘조난된 선박’ 외부에서 조난된 사람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으며, ‘조난된 선박’ 내부의 사람 중 승객만을 의미하고 그 선장 및 승무원은 제외된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
    ② 선박 조난사고에서 위 본문의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의 선장 등’은 조난된 선박의 조난된 사람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구조요청을 받는 사람이므로, 그 자신은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될 수 없다.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본문의 문언에 의하면, 본문의 주체인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의 선장 등’은 ‘조난된 선박’이나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이하 편의상 ‘구조본부의 장’이라고만 한다)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고, 이러한 구조요청에 의하여 비로소 구조지원의 의무가 발생한다.

    그런데 구조요청이 ‘조난된 선박’으로부터 있는 경우 그 구조요청을 받는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의 선장 등’은 구조요청을 한 ‘조난된 선박’에 대하여 대향적 관계에 있어 그 스스로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될 수 없음이 문언상 자명하다.
    즉 위 본문은, ‘조난된 선박’은 ‘구조를 필요로 하여 구조요청을 하는 자’로,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의 선장 등’은 ‘그러한 구조요청에 응하여 구조를 할 수 있는 자’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은 구조요청이 ‘구조본부의 장’을 통해서 온 경우에도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보아야 한다. ‘구조본부의 장’의 구조요청은 ‘조난된 선박’으로부터의 구조요청과 그 본질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위 본문은 구조요청이 ‘조난된 선박’으로부터 직접 온 것인지, 간접적으로 온 것인지에 따라 ‘구조본부의 장’의 구조요청을 ‘조난된 선박’의 구조요청에 이어 부기한 것으로 해석될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와 같이 보지 않는다면 ‘조난된 선박’으로부터 구조요청이 직접 온 경우에는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의 선장 등’에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될 수 없지만, 같은 사안에서 ‘구조본부의 장’으로부터 구조요청이 온 경우에는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의 선장 등’에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된다는 해석에 이르게 되어 부당하다.
    결국, 위 조항 본문의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의 선장 등’에는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 따라서 본문의 요건 충족을 전제로 하는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도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포함될 수 없다.

    ③ 요컨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은 기본적으로 조난된 선박의 구조요청에 따라 발생하는 인근 선박 선장 등의 조난된 선박 내외의 조난된 사람에 대한 구조지원 내지 구조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 조난된 사람이라는 지위에 차이가 없어 모두 구조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은 조난된 선박 내부 사람들 상호 간의 구조지원 내지 구조조치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3) (가) 뒤에서 보는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본문과 단서는 의무귀속의 주체가 ‘조난현장 부근에 있는 선박의 선장’과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으로 상이하고, 의무부과의 근거가 되는 입법연혁도 ‘해상 조난사고에서의 인명구조라는 전통적 인도주의적 요청 및 국제법규’와 ‘선박사고 후 도주방지를 위한 입법적 대처’로 상이하며, 의무의 내용도 ‘구조지원의무’와 ‘구조조치의무’로 상이하다고 할 것이어서, 별개의 입법 목적을 가진 별개의 규정이 병렬적으로 규정된 것에 불과하다.”라고 한다.

    (나)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목적론적 해석도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안에서만 허용될 뿐이다.
    그런데 설령 위 조항 본문과 단서의 입법연혁이 상이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이들 규정을 병렬적으로 규정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위 조항의 본문과 단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명백히 벗어난 해석이다. 위 법리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해석인 것이다.
    그리고 위 조항 본문과 단서가 의무귀속 주체나 의무의 내용을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은 원칙과 예외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지, 의무귀속 주체나 내용을 달리 정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단서가 본문의 예외가 아니라 본문과 병렬적인 조항이라고 해석할 수도 없다.

    나아가 다음과 같이 위 조항 본문의 주체인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등의 선장·기장 등’은 해당 선박등의 총책임자만을 의미하고 승무원은 제외되어 단서의 주체 중 하나인 ‘승무원’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볼 아무런 근거도 없다.

    ① 위 조항 본문은 그 주체를 ‘~등’으로써 그 범위를 열어두고 있지 이를 한정하고 있지 않다. 수난구호법이 제2조 제3호에서 ‘선박, 항공기, 수상레저기구 등’을 ‘선박등’으로, 제37조 제2항에서 ‘선장·소유자·운항자 또는 관리자’를 ‘선장등’으로 각 약칭하면서 ‘~등’을 그 앞의 단어와 붙여 하나의 단어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와도 다르다. 위 조항 본문에 앞서 ‘선장·기장 등’이 무엇을 약칭한 것인지에 관한 규정이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서 약칭한 경우와 다르게 의식적으로 ‘~등’을 그 앞의 ‘선장·기장’과 띄어 쓰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장·기장 등’에 ‘승무원’이 포함된다고 해석한다고 하여 문리해석에 반하지 않는다. 그리고 위 조항 본문의 위반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어서 그 해석에 형벌법규에 관한 유추해석금지원칙이 엄격히 적용되는 영역이 아니므로, 위와 같은 해석을 두고 유추해석금지원칙을 위배한 것이라 할 수도 없다.

    ② 위 조항 본문의 주체인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등의 선장·기장 등’은 구조본부의 장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구조요청은 선장이 아닌 승무원이라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난구호법 제16조 제1항은 구조본부가 구조를 요청하는 대상으로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등’으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등의 선장·기장 등 총책임자’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위 조항 본문은 앞서 말하였듯이 단서에 대하여 원칙을 규정한 것이므로, 본문의 주체는 단서의 주체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서, 단서의 ‘선장 및 승무원’은 본문의 ‘선장 등’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

    (4) (가) 오히려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아래와 같은 수난구호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에 부합한다.

    (나) 수난구호법은, 조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면서(제1조), 해수면과 내수면에서 조난된 사람, 선박, 항공기, 수상레저기구 등의 수색·구조·구난 및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핵심에 해당하는 수난대비(제2장), 수난구호(제3장), 민간구조활동의 지원 등(제5장), 조난통신(제6장), 사후처리(제7장) 부분은 모두,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를 원칙적인 수행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수난대비기본계획의 수립 등에 관한 제4조, 구조본부 설치 등에 관한 제5조, 구조대 및 구급대의 편성·운영에 관한 제7조, 수난구호의 관할에 관한 제13조, 구조본부장의 수난구호 조치에 관한 제16조, 구조본부장의 현장지휘에 관한 제17조, 구조본부장의 수난구호를 위한 종사명령 등에 관한 제29조, 구조본부장의 구조된 사람·물건의 인계에 관한 제35조 등 참조).

    물론, 국가가 아닌 사람을 업무수행 내지 작위의무의 주체로 규정한 조항도 있다. 해수면 또는 내수면에서 조난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조난된 선박등의 선장·기장 또는 소유자 등은 즉시 가까운 구조본부의 장이나 소방관서의 장에게 조난사실을 신고하여야 한다는 조항(제15조)이나 수난구호업무에의 종사명령을 받은 자는 구조본부의 장 및 소방관서의 장의 지휘를 받아 수난구호업무에 종사하여야 한다는 조항(제29조 제2항) 등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국가가 아닌 사람을 작위의무의 주체로 규정한 조항들은 모두 제16조나 제29조 제1항 등 그 전후 조항들에서 규정한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서장 등 국가의 수난구호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 불가결하게 수반됨에 따라 규정되게 되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수난구호법 제18조도 위 제15조나 제29조 제2항의 입법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18조는, 수난구호의 원칙적인 수행 주체가 구조본부의 장이나 소방관서의 장(제13조)이라는 전제 아래에 [인근 선박등의 ‘구조’]라는 제목 대신 [인근 선박등의 구조‘지원’]이라는 제목을 사용하며, 앞서 본 바와 같이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제17조에서 정하는 구조본부의 장의 현장지휘만의 불충분성 등을 고려하여 구조본부의 장의 구조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보완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라) 이러한 수난구호법의 전체적인 내용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수난구호는 원칙적으로 국가 수행 업무로서, 국가가 아닌 사람에게는 국가의 업무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한도에서 매우 예외적으로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예외적으로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 중에서도 다시 필수불가결한 사항에 한하여만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같은 항 본문에 대한 예외조항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수난구호법 전체로 보아도 국가가 아닌 사람에 대하여 예외적인 작위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 해석을 엄격하게 하여야 하는 것이다.

    (5) (가) 다수의견은,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라 하더라도 구조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수난구호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므로, 위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하여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도 포함되어야 한다고도 한다.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조난사고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하여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게 조난된 사람에 대한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하거나 위 조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에 ‘조난된 선박’이 제외된다고 볼 경우 구조업무에 부족함이 발생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고 의미와 내용이 명확한 경우에는 그 규정에 부족함이나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의 입법을 통해 보완해 나가야 옳지,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원이 곧바로 명문의 규정에 어긋나게 해석하거나 입법자의 의사를 추론하여 새로운 규범을 창설하여서는 안 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는 그 의미와 내용에 있어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제외됨이 명백하므로, 현실적인 필요성만에 의하여 이를 달리 해석할 수 없다. 다수의견의 해석이 부당함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바, 위와 같은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서만 위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새로운 규정을 사실상 신설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법률해석이라기보다는 입법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정당한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다) 나아가, 조난된 선박의 선장이나 승무원이 구조조치의무의 주체에서 언제나 배제되는 것도 아니어서, 입법의 공백을 우려하며 무리하게 해석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선원법은 이 사건 당시 이미, 선박 위험 시, 선박 충돌 시, 선박 조난 시 선장의 조치의무와 지휘명령권, 선장의 지휘명령을 따라야 할 해원의 의무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즉, 구 선원법에 의하면,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하고(제11조), 선박이 서로 충돌하였을 때에는 각 선박의 선장은 서로 인명과 선박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하고 선박의 명칭·소유자·선적항·출항항 및 도착항을 상대방에게 통보하여야 하며(제12조 본문), 선장은 다른 선박 또는 항공기의 조난을 알았을 때에는 인명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제13조 본문). 그리고 선장이 제11조, 제12조 본문을 위반하여 인명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제13조를 위반하여 인명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제161조, 제162조, 제163조 제1호). 한편 선장은 해원을 지휘·감독하며, 선내에 있는 사람에게 선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는데(제6조), 선장이 제11조부터 제13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인명, 선박 또는 화물의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경우 해원이 상사의 직무상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해원은 1년 이하의 징역의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제166조 제2호). 즉 다수의견이 그 해석으로써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에 포섭시키고자 하는 내용은 이미 구 선원법에 모두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난구호법 자체로도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일정한 경우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즉 앞서 보았듯이 수난구호법은, 구조본부의 장은 수난구호를 위하여 부득이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필요한 범위에서 사람 또는 단체를 수난구호업무에 종사하도록 명령할 수 있고(제29조 제1항), 그에 따라 수난구호업무에의 종사명령을 받은 자는 구조본부의 장의 지휘를 받아 수난구호업무에 종사하여야 하며(같은 조 제2항), 정당한 사유 없이 수난구호업무에의 종사명령에 불응한 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45조)고 규정하고 있다. 수난구호법이 위 명령에 따라 수난구호에 종사한 자는 수난구호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제39조 제1항), 예외적으로 구조된 선박의 선장 및 선원은 이를 지급받을 수 없다(같은 항 제1호)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수난구호업무에의 종사명령은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을 대상으로도 할 수 있음이 명백하다. 결국,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라 하더라도 구조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다수의견은,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상황에 대하여 수난구호법 제45조, 제29조 제2항이 이미 입법적으로 완비하고 있는 것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6) 이상의 해석은 관련 법령의 개정내용 및 그 경과에도 부합한다.

    (가) 이 사건 이후 2015. 1. 6. 법률 제13000호로 개정된 선원법은, 구 선원법 제11조에서 정하는 선박 위험 시의 선장의 조치의무를 제1항으로 변경하면서, 제2항으로 선장은 제1항에 따른 인명구조 조치를 다하기 전에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 되며, 제3항으로 제1항 및 제2항은 해원에게도 준용한다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그리고 제161조 벌칙조항을, 제11조 위반 행위자가 누구인지, 위반 결과가 얼마나 중한지에 따라 구 선원법보다 세분하는 한편 법정형을 차등적으로 높이면서, 인명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고 선박을 떠나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선장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같은 행위로 같은 결과를 초래한 해원은 3년 이상의 징역, 같은 행위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선원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것으로 개정하였다.
    위와 같이 선원법이 개정된 것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을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함으로써 개정 선원법과 같은 사안에 이를 적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나) 한편 수난구호법은 2015. 7. 24.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13440호, 2016. 1. 25. 시행)로 개정되면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도 개정되었다. 그 내용은 현행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본문은 그대로 둔 채, 같은 항 단서를 ‘다만 조난된 선박 또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개정한 것으로, 단서의 의무주체에 ‘조난된 선박’을 추가하는 것이다.
    앞서 본 제18조 제1항 본문과 단서의 관계, 본문이 규정하는 구조지원자와 구조요청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조난된 선박’의 구조조치의무를 제1항과 별개의 항으로 규정하지 않고 제1항 단서에 추가한 것은 적절한 입법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현행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에는 ‘조난된 선박’이 포함되기 어렵기 때문에 개정에 이른 것임을 넉넉히 알 수 있다.

    (7) 이상의 논거에 비추어 보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된다는 잘못된 전제 아래에 수난구호법 위반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부분 원심 판단은 파기되어야 한다.
     
    나.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유기치사·치상의 유죄판단 부분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위 피고인들은 ○○호의 승무원으로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의한 승객 및 승무원에 대한 법률상 보호의무와 위 피고인들이 소속된 공소외 4 주식회사과 승객 사이에 체결된 여객운송계약의 의무이행자 또는 이행보조자로서 승객에 대한 계약상 보호의무가 있다는 전제 아래에 승객 및 승무원에 대한 유기치사·치상죄가 인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보듯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는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다른 법률 조항에 의해서는 몰라도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의해서는 ‘조난된 선박의 승무원’인 위 피고인들에게 승객 및 동료 승무원에 대한 법률상 보호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달리, 검사가 법률상 보호의무의 발생근거로 제1심과 원심에서 정당하게 배척된 ○○호 운항관리규정 외에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만 특정하여 기소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위 피고인들이 ○○호의 승무원으로서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승객 및 동료 승무원에 대한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다.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의 유죄판단 부분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됨을 전제로,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도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위반죄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보듯이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주체인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포함되지 아니하여 그 위반행위를 할 수 없는 이상,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 위반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위반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이와 달리,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인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위반죄가 인정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및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부분 원심의 판단 역시 파기를 면할 수 없다.
     
    라.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11.  살인·살인미수 판단 부분에 관한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이 ○○호 선장인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으나 항해사인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하여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도 선장을 대행하여 구조조치를 지휘할 의무가 있었고 당시의 비상상황에서 위 피고인들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이들이 피고인 1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암묵적·순차적으로 가담한 공동정범에 해당하므로,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하여까지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고, 그들이 피고인 1과 공동정범이 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아래에서 보충의견으로 그 이유를 밝힌다.
     
    나.  고의는 본질적으로 범죄 구성요건의 실현을 인식한다는 지적 요소뿐만 아니라 범죄 실현을 지향하는 의욕이나 인용이라는 의사적 요소도 포함하는 개념이고, 이는 미필적 고의에서도 마찬가지이므로, 살인죄에서 고의를 인정하려면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에 관한 인식이나 예견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이러한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을 것을 필요로 한다. 특히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작위에 의한 살인과 달리 행위에 정형이 없고 외형상으로는 적극적인 행위 없이 소극적으로 결과방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와 유기치사죄는 주로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에 대한 고의의 존부, 구체적으로는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의 존부에 의하여 구별된다. 따라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고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내심의 의사가 존재하는지를 엄격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에서 작위의무자에게 고의, 즉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는지는 그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고, 다수의견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작위의무의 발생근거, 법익침해의 태양과 위험성, 작위의무자의 법익침해에 대한 사태지배의 정도, 요구되는 작위의무의 내용과 그 이행의 용이성, 부작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부작위의 형태와 결과발생 사이의 상관관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들을 종합하여 작위의무자의 심리상태를 추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작위에 의한 살인에서는 사망의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추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정 중 하나로, 행위자의 심리상태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 할 수 있는 행위자 자신의 적극적 작위를 고려할 수 있는 반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에서는 행위자의 심리상태를 추인하는 단서가 될 만한 적극적 행위 없이 소극적 부작위만 있을 뿐이어서 그의 진정한 심리상태는 오로지 자신의 내심에만 머물러 있으므로, 앞서 살펴본 다른 객관적인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작위에 의한 살인과 비교하여 사망의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는지를 추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특성상 작위의무자의 심리상태를 추인하여 그 고의를 인정하는 작업이 쉽지 않으므로, 그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를 간과함으로써 살인의 고의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범하였음에도 살인죄로 처벌하지 못할 위험이 있음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위험이 있더라도 작위의무자가 사망의 결과발생을 용인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명백히 인정되지 않는 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고의를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다.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 역시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고의의 존재에 관하여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형벌법규의 해석과 적용은 엄격하여야 하므로, 비록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범행 동기나 방법 및 범행 정황에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이를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고려하여 그 형을 무겁게 정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이유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고의를 쉽게 인정할 수는 없고 이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피고인 1의 경우에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피고인 2, 피고인 3의 경우에는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1)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 1의 선장으로서의 지위와 경력, 사고 당시 ○○호와 주변 해역의 상태, 구조세력의 도착과 구조조치의 필요성, 피고인 1이 승객 등에게 선내 대기 명령을 한 후 구조세력 등의 퇴선요구에도 불구하고 퇴선을 위한 준비나 퇴선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그 후 ○○호의 침수한계선이 수면에 잠기어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구조세력이 도착하여 더 이상 승객 등이 퇴선을 미룰 이유가 없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위 피고인은 퇴선지시 등 어떠한 구조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해경의 경비정이 다가오자 승객 등에 대한 선내 대기를 해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먼저 퇴선하였을 뿐만 아니라, 해경에게 자신이 선장인 사실조차 숨기고 승객 등의 선내 대기상황과 퇴선조치의 필요성 등을 알리지도 않은 채 경비정의 선실로 들어가 밖으로 나오지 않은 점 등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은 승객 등의 사망을 내심 염려하거나 바라지 않는 선장이라면 도저히 취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으로서, 자신의 부작위로 인하여 승객 등이 사망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였음은 물론 나아가 이러한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볼 수 있어 살인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2) 그러나 피고인 2, 피고인 3의 경우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살인의 고의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반대의견은 위 피고인들이 승객 등을 구호하는 데 선장에 준하는 보호의무를 가지고 있어 선장에게 퇴선명령을 건의·촉구하거나 스스로 선장을 대행하여 퇴선명령을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을 전제로 위 피고인들의 고의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피고인들은 간부 선원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승객 등의 퇴선 여부 및 그 시기와 방법의 결정을 포함한 구조조치를 지휘·명령할 수 있는 절대적·포괄적 권한과 책임을 가진 선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위치에 있었고, 다수의견이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당시 피고인 1이 조타실에서 엔진정지를 지시하고 구조세력과의 교신상황을 주시하면서 선내 대기 안내방송을 지시하며 구조세력의 퇴선요구 등을 받고도 선내 대기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등, 퇴선에 이르기까지 선장으로서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위 피고인들이 선장을 대행하여 스스로 퇴선명령을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 피고인 3은 구조세력의 퇴선요구에 대하여 피고인 1에게 대응지시를 요청하는 등 소극적으로나마 퇴선명령을 건의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

    뿐만 아니라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에서 고의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에 관한 인식, 예견과 용인이라는 작위의무자의 내면세계에 머물러 있는 내심의 의사를 탐색하는 작업에 해당하고, 작위의무자에게 어떠한 작위의무가 부여되었는지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따라서 반대의견과 같이 위 피고인들이 선장에 준하는 승객 등의 구호의무를 가지고 있어 당시 선장을 대행하여 퇴선명령을 할 의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객관적으로 위 피고인들에게 당시 선장을 대행하여 퇴선명령을 할 의무가 있었다는 것일 뿐, 그러한 의무 발생으로 곧 위 피고인들에게 승객 등의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을 용인한다는 내심의 의사를 추론할 수는 없다. 그런데 당시 피고인 1이 선장으로서 조타실에 머무르면서 승객 등에 대하여 선내 대기를 명령하고 이후 상황의 변화를 모두 인식하면서도 구조세력의 퇴선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었던 점, 이 사건 사고와 같이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는 상황에서 퇴선 여부나 승객 등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퇴선시점과 퇴선방법 등은 최고 책임자인 선장의 전문적이고 신중한 판단에 의하여 결정될 성질의 것인 점, 따라서 위 피고인들은 선장의 지시로 승객 등이 선내 대기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선장의 위와 같은 상황 판단과 후속 지휘를 기다리고 있었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선장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위 피고인들로서는 선장의 별도 지시 없이 스스로 퇴선명령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들이 자신들에게 선장을 대행하여 퇴선명령을 할 의무가 발생하였음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위 피고인들은 당시 자신들이 선장의 지휘·감독 아래 있으면서 선장의 상황 판단과 지휘에 의존하여 후속 임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나) 나아가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들이 퇴선명령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퇴선함으로써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피고인들은 다른 선원들과 조타실에 모여 피고인 1의 지시로 선내 대기 안내방송을 한 후에 교대로 09:37경까지 제주 VTS, 진도 VTS, 인근 선박과의 구조 관련 교신을 계속하며 구조세력의 접근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피고인 1의 후속 지휘를 대기하고 있었고, 피고인 3은 09:25경 피고인 1에게 구조세력의 퇴선요구에 대하여 “어떻게 할까요?”라며 지휘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② 그러던 중 사고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헬기는 09:30경부터 구조작업을 시작하였고, 해경 123정은 09:35경 사고현장에 도착하여 좌현 쪽에서 구명단정을 내리기 시작하였으며, 09:38경부터 구명단정을 이용한 구조작업을 개시하였으므로, 위 피고인들은 구조작업의 개시로 곧 승객 등에 대한 구조작업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③ 위와 같이 해경 경비정 등 구조세력이 도착하여 구조작업이 개시되었으므로, 위 피고인들로서는 구조세력이 도착하여 승객 등의 안전이 일정한 정도 확보되었다고 판단하여 퇴선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반면 당시 조타실에서 승객 등보다 먼저 구조되려면 퇴선명령을 하면 안 된다거나 승객 등보다 먼저 퇴선하여야 살 수 있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간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④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인들은 당시 자신들이 선장의 지휘·감독 아래 있으면서 선장의 상황 판단과 지휘에 의존하여 후속 임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이 선장에게 퇴선명령을 건의·촉구하거나 선장을 대행하여 퇴선명령을 하지 않고 퇴선하였더라도, 여기에서 자신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은 채 퇴선함으로 인하여 승객 등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용인하였다는 내심의 의사를 찾기는 어렵다.

    ⑤ 그 밖에 위 피고인들은 이 사건 선박이 침몰 위험에 처한 후 구조세력이 도착할 때까지 승객 등의 구조를 위해 구조요청을 한 사람들인데, 구조세력이 도착하거나 자신들이 퇴선할 무렵 돌연 승객 등에 대한 살해의 동기가 생겼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 또한 발견할 수 없다.
    (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이 승객 등의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을 용인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명백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승객 등에 대한 선장의 퇴선명령이 없는 상태에서 위 피고인들이 퇴선을 함으로써 승객 등이 퇴선을 하지 못하여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였다고 볼 수는 있을지라도, 여기에서 더 나아가 위 피고인들에게 승객 등의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라.  나아가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 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공동 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들 각자의 지위와 역할, 다른 행위자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공동 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반대의견은 피고인 2, 피고인 3이 비록 피고인 1과 명시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의사 합치에 이르는 등 모의를 한 것은 아니지만, 각자 자신의 의무의 존재와 불이행 사실 및 다른 피고인들의 불이행 사실까지도 모두 인식하였고 이와 같이 아무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에서 더 나아가 공동 퇴선에 의하여 향후의 이행 가능성까지 차단함으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하고 선장의 무책임한 행위에 편승하여 함께 퇴선하였으므로,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공동 가공에 의한 구성요건 실현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반대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서 공동 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위 피고인들이 피고인 1과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둔다.
     

    12.  수난구호법 위반 유죄판단 부분에 관한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의 수난구호법 위반 유죄판단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는 같은 항 본문의 예외라는 규정의 형식 및 형벌법규 해석의 엄격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조항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본문의 요건을 충족하는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이에 포함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본문과 단서의 입법의 연혁 및 경위, 조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난구호법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는 그 본문과는 별개의 입법목적을 가진 내용을 규정한 것이므로 ‘조난된 선박의 선장과 승무원’도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구조조치의무의 귀속주체인 ‘조난사고 원인 제공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본문과 단서의 입법경위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수난구호법은 1961. 11. 1. 법률 제761호로 제정되었고 그 당시에는 조난현장 인근선박의 구조지원에 관한 규정은 마련되지 아니하였다.

    (2) 그 이후 수난구호법은 대형화하는 해난사고 등에 대처하고 조난된 사람과 선박등을 신속히 구조하여 인명과 재산의 보호에 기여함과 더불어 1979년 국제해사기구에서 채택한「해상에서의 수색 및 구조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입법화하고자 하는 취지 아래 1994. 12. 22. 법률 제4793호로 개정되면서 제14조에 ‘항행선박의 구조지원’이라는 제목으로 그 제1항에 “조난현장의 부근을 항행하는 선박이 조난선박 또는 구조본부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때에는 가능한 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였다. 위 규정은 2005. 7. 29. 법률 제7640호로 일부 개정(이하 ‘구법’이라 할 때에는 이 법을 지칭한다)되었는데, 구조요청을 할 수 있는 기관으로 소방서장을 추가하였다.
    전통적으로 해상 조난사고에 있어 해당 선박의 외부에서 하는 해난구조와 관련한 법제는 재산구조 및 그 사후처리에 주안점이 놓여 있었고 인명구조는 법률적 문제 이전에 도덕적·인도주의적 의무로 인식된 바 있으나, 인명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조난현장 인근을 항행하는 선박의 구조지원의무가 「해상에서의 수색 및 구조에 관한 국제협약」,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등에 편입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수난구호법 개정을 통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정법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무가 실정법에 편입되었다 하더라도 인근 선박등의 구조지원의무는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에 뿌리를 둔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 규정이 도입된 것으로서 선의에 기초한 구조지원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경우에 한하여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것에 그친다.

    (3) 한편 수난구호법은 2012. 2. 22. 법률 제11368호로 전부개정(이하 단순히 ‘수난구호법’이라 할 때에는 이 법을 지칭한다)되면서, 제18조 제1항이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등의 선장·기장 등은 조난된 선박등이나 구조본부의 장 또는 소방관서의 장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때에는 가능한 한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만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게 되었는데, 이 중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본문(이하 ‘본문’이라 한다)은 구법 제14조 제1항의 규정과 비교해 볼 때, 구조지원의무를 부담하는 자를 ‘조난현장의 부근을 항행하는 선박’에서 ‘조난현장의 부근에 있는 선박등의 선장·기장 등’으로 변경한 것 이외에는 동일하다(이 사건에서는 선박만이 문제 되므로 이에 한정하여 살펴본다).

    (4) 그런데 이에 비하여,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이하 ‘단서’라 한다)는 본문과는 전혀 다른 취지에서 입법이 이루어진 것이고 단지 입법의 편의상 본문과 단서를 같은 조항에 함께 둔 것뿐이어서, 이를 반대의견과 같이 본문과 그에 대한 예외로서의 단서와 같은 관계로 해석하여 본문의 요건을 충족하는 본문의 주체만이 단서의 주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 본문과 같은 내용의 인근 선박의 구조지원의무 규정은 1994. 12. 22. 법 개정으로 신설되었음에 비하여, 단서와 같은 내용의 조난원인 제공자의 신고 및 구조조치의무 규정은 그로부터 17년 이상 경과한 2012. 2. 22.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단서 신설 당시 입법적 논의를 보면 본문과의 유기적 관계에서 본문에 대한 별도의 예외를 정하거나 보충을 할 필요성이 있어 그 신설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전혀 보이지 아니한다.

    (나) 오히려 입법 당시의 논의를 보면, 단서는 이른바 ‘선박사고 뺑소니’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규정을 두고자 하는 취지에서 조난원인 제공자의 신고 및 구조조치의무를 별도로 신설하는 입법이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수난구호법 개정법률안에 관한 국토교통위원회 심사보고서 등의 내용이나 단서의 위반행위를 구 선원법상 선장의 인명구조의무 위반죄나 형법상 단순 유기죄보다 중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보아도 명백하다. 즉 본문에서 규정한 의무인, 전통적으로 선장이나 선원들에게 도덕적·인도주의적으로 요구되어 온 선의에 기한 구조지원의무를 확장하고자 단서를 신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입법의 이유가 이러하다면 단서의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서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을 배제할 아무런 까닭이 없다. 본문을 떠나서 보면 문리해석상으로도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이라는 문구에서 ‘조난된 선박’을 제외한다는 해석이 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볼 수 없고,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이 제3의 가해선박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축소하여 해석해야 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 해양 조난사고는 그 원인이 다양하고 해당 선박의 선장이나 승무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하여 선박에 조난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며, 이러한 경우 조난사고의 원인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고 필요한 조치를 즉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선장이나 승무원에게 구조조치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어 이런 규정을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나아가 ○○호 조난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2015. 7. 24. 수난구호법에서 개정된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은 본문과 그 단서의 입법 목적을 상이함을 재확인하고 법문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하여 그 조문 제목과 본문 내용을 그대로 두면서도 단서의 구조조치의무자를 ‘조난된 선박 또는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으로 규정함으로써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대하여 조난사고의 원인제공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나 구조조치의무가 있음을 명시하여 그 범위를 확대하였다.

    (라) 한편 이와 관련하여 반대의견은 본문에서 규정한 구조지원의무를 부담하는 자로서 선장 등 총책임자 이외에 승무원이 포함된다고 해석하여도 문리해석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나, 인근 선박의 승무원이 인도주의적 선의에 기초한 구조지원의무를 자발적으로 행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법적 의무로 고양된 구조지원의무의 귀속을 선장이 아닌 일반 승무원에게까지 확장하는 것은 유추해석금지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구조지원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승객이나 선원 등에게 위험이 생길 수도 있고, 해상법에 따른 별도의 계약책임 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이상 구조지원의무 이행의 책임은 선박에 대한 관리권이나 선원에 대한 지휘권이 귀속된 선장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이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제98조에서도 조난자 구조의 의무를 선박의 선장에게 부과하고 있을 뿐 일반 선원에게까지 부과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본문의 선장, 기장 ‘등’에 일반 승무원까지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도덕적·인도주의적 의무를 법적 의무로 지나치게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이와 달리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자신들의 고의나 과실 등 책임원인으로 인하여 조난사고가 발생한 이상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하여야 할 구조조치의무를 ‘법적으로’ 부담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  결국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의 본문과 단서는 입법형식상으로는 본문과 단서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양자는 의무귀속의 주체가 ‘조난현장 부근에 있는 선박의 선장’과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으로 상이하고, 의무부과의 근거도 ‘해상 조난사고에서의 인명구조라는 전통적 인도주의적 요청 및 국제법규’와 ‘선박사고 후 도주방지를 위한 입법적 대처’로 상이하며, 의무의 내용도 ‘구조지원의무’와 ‘구조조치의무’로 상이하다고 할 것이어서, 별개의 입법목적을 가진 별개의 규정이 한 조항의 본문과 단서에 규정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라면 조난된 선박이든 가해선박이든 구별하지 않고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하더라도 단서 신설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유추해석금지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라.  나아가 해상에서 발생하는 조난사고는 그 특성상 신속한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해양경찰 등 공적인 구조세력이 신고를 받고 사고현장에 출동하여 구조활동을 개시할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수난구호법은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신속한 구조활동으로 조난당한 사람의 안전과 생존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원래 선의에 기초한 도의적·인도적 조력의무만을 부담하는 사고현장 인근 선박의 선장 등에게조차도 법적인 구조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과실로 조난 선박에 조난의 원인을 제공하여 그 승객들을 위험에 빠지게 하였을 뿐 아니라 여객운송계약에 따라 승객들을 구조할 의무를 부담하는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정작 수난구호의무의 주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아니한다.
    또한 조난사고의 피해자인 조난당한 승객의 입장에서 보면 사고현장에 존재하여 조난발생 상황을 즉시 인지할 수 있고, 선박의 구조와 긴급상황 시 탈출방법, 바다에서의 생존법 등을 일반인인 승객에 비하여 훨씬 더 전문적으로 숙지하고 있는 선장과 승무원들의 구조활동이 더욱 절실하고 긴요하다는 점에서, 조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충돌사고를 일으킨 다른 선박이든, 자신이 승선한 바로 그 선박이든 간에 해당 선박의 선장과 승무원은 동일하게 조난의 원인제공자로서 사고현장 인근 선박의 선장 등에 비하여 더 높은 정도의 구조의무를 부담한다고 새기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이러한 해상 조난사고의 특성과 수난구호법의 본질적 법목적 등에 기초해 보더라도, 이 사건과 같이 선장이나 승무원들이 자신들 스스로가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해 놓고서도 조난발생 여부나 정도에 관하여 아무 것도 모른 채 배에 남아 있는 승객들에 대하여 일체의 구조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도피한 행위는 단서의 구조조치의무 위반에 해당된다고 넉넉히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에 포섭시키고자 하는 내용은 구 선원법 관련 규정들 및 수난구호법 제45조, 제29조 제2항에 의하여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하나, 위 각 규정은 입법 취지는 물론이고 개별적 구성요건과 법정형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구 선원법 규정 중 선원에 관한 규정은 선장의 직무상 명령에 대한 이행의무를 전제로 이를 위반할 경우를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선장과 선원이 함께 승객을 버리고 도피한 경우에는 사고원인 제공자인 선원에 대한 처벌에 흠결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  결국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라 하더라도 구조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단서에 따른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수난구호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것이다.
     
    바.  위와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주심)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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