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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1만80건, 40% 급증… 기업회생, IMF때 최고기록 넘을 듯
지난 5월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한모(52)씨는 2008년 건실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한씨는 서울 강북에 아파트를 한 채 가지고 있었고, 두 아이를 다 키우면 귀농(歸農)할 꿈을 꾸고 있었다.

한씨의 꿈은 2008년 금융위기로 산산조각이 났다.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을 했다. 그는 '어떻게든 먹고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아파트 담보 대출로 만든 2억원을 밑천으로 저가형 삼겹살집을 열었지만 가게엔 적자만 쌓여갔다. 2011년 한씨는 아파트를 급매로 팔아 빚을 일부 갚았지만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에서 추가로 빌린 8000여만원은 갚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치료비 부담이 겹쳤다. 버티다 못한 한씨는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역시 2008년까지 중소기업에 다니던 이모(47)씨도 회사에서 퇴직한 후 차린 족발집이 망하면서 안게 된 빚 1억여원 때문에 올 초 개인회생 신청을 냈다. 그를 직장에서 내몬 건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했던 '키코(KIKO)'라는 환율 파생상품이었다. 키코에 가입했던 회사가 환차손을 입어 부도위기에 몰리자, 한씨는 회사를 떠나야 했다. 족발집을 하다 진 빚을 갚으려고 해봤지만 정상적으로 빚을 갚기는 불가능했다고 한다.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로 직장을 잃은 중산층이 탈출구로 삼았던 자영업에서도 실패하면서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개인회생이란 빚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개인이 법원이 마련한 계획에 따라 부채를 청산하는 절차를 말한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올 6월까지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1만8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회생 신청은 금융위기가 처음 시작된 2008년 5763건이었다가 2009년 8699건, 2010년 8908건, 2011년 1만3806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개인회생 신청이 금융위기 발발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중산층 붕괴가 본격화하면서, 그 현상이 법원 통계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어렵사리 버텨오던 중산층이 '실직→자영업 실패'로 이어지는 연쇄 폭탄을 맞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회생 전문 변호사는 "실직이 1차 하락, 자영업 실패는 2차 하락으로 볼 수 있는데 마치 '중산층 붕괴 공식'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개인회생 신청의 급증은 소득이 있는 사람까지 정상적인 경제활동 대열에서 탈락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크다. 소득은 없고 빚만 있는 사람이 내는 개인파산 신청과 달리, 개인회생은 소득이 있어도 정상적으로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내기 때문이다. 개인회생 신청자가 몰려들면서 서울중앙지법은 담당 직원 수를 작년 20여명에서 최근 30명 선까지 늘렸다. 또 서류를 심사하는 회생위원들도 작년 11명에서 올해는 29명으로 구성했다.

우리 사회의 허리가 무너지는 현상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올 6월까지 기업회생 신청 건수는 122건으로 작년 전체(190건)의 64%에 달했다. 전국적으로는 올해 IMF 외환위기 때의 최고기록(876건)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벽산·삼환·풍림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중견 건설업체들이 올 들어 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다. 여기에다 최근엔 구봉의료재단·혜민재단·해람의료재단 등 중형 병원들도 법원에 회생 신청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