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다정 2011-12-09 16: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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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판례-징계처분-정직기간 도과 후 정직무효확인의 이익 판례
대상판례 대법원 2010.10.14. 선고 2010다36407 판결, 징계처분무효확인
요지
법치행정의 원리에 따른 엄격한 제한을 받는 행정청의 인위적 사정 변경에 대한 행정사건의 쟁송의 이익론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마당에, 법률관계의 일방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징계재량이 인정되는 사용자가 일방적·인위적으로 설정하고 변경할 수 있는 사정의 변화를 이유로 정직무효확인의 이익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이를 쟁송의 이익에 관한 일반법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정직기간이 도과한 이후에도 정직무효확인의 이익이 인정됨을 확인한 것이 평석대상판결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1. 사안의 개요
버스회사의 기사인 원고가 2009.3. 회사의 문제점을 내용증명우편으로 지적한 데 대해서 피고회사는 서면답변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피고회사 대표와의 직접대면을 요구하였다. 그 후 피고회사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간부에 대한 욕설, 몇 건의 차량접촉사고, 지각, 경리부 직원에 대한 폭언, 정류장 무정차 통과, 동료기사와의 싸움, 서면답변지시 거부 등을 이유로 2009.8.25.에 3개월의 무급정직·유동대기·회사출입금지의 징계를 했다가 원고의 이의신청 이후 2009.9.9.에 2개월의 무급정직·유동대기·회사출입금지의 징계로 감경하였다. 원고는 징계혐의사실에 대해서 i) 일부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ii) 일부는 시말서제출 등으로 마무리된 사안이므로 다시 문제삼는 것은 일사부재리에 반하며 iii) 서면답변 거부는 징계사유가 아니며 iv) 유동대기·회사출입금지는 취업규칙에 없는 징계 종류임을 이유로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였다.
1심 법원은 회사의 정당한 지시명령 불이행이며 시말서 등을 제출한 사안이라도 근무태도가 개선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여 이중징계가 아니며 유동대기·회사출입금지도 취업규칙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동부지법2009.11.20. 선고 2009가합17521 판결). 원고의 항소에 대해서 2심 법원은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기간이 이미 경과하였음이 명백하므로 그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음을 이유로 소를 각하하였다(서울고법 2010.4.16. 선고 2010나1274 판결). 정직기간이 만료되었더라도 정직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는 원고의 상고에 대해서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한 것이 평석대상판결이다.
2. 판결의 요지
2심 법원이 1심 판결에서는 다투어지지 않은 확인의 이익을 부정한 결정적 계기는, 이 사건 정직처분의 기간이 2009.9.21.부터 2009.11.20.까지인데 사실심의 변론을 종결한 시점(2010.4.9.)에는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보았던 데 있다. 따라서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 여부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할 만한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정직처분에는 그러한 예외적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경우에도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의 이익은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는 기본적인 입장은 2심 법원과 같이 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의 법률행위에 불과한 해고에 대한 확인의 이익은 원칙적으로 부정된다’는 취지의 판결례(대법원 1995.4.11. 선고 94다4011 판결)를 선례로 원용하고 있는 점은 2심 법원과 대법원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직기간 동안의 임금미지급 처분의 실질에 유의하여 “비록 징계처분에서 정한 징계기간이 도과하였다 할지라도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 여부에 관한 확인 판결을 받음으로써 가장 유효·적절하게 자신의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3. 쟁 점
이 사건 정직처분 자체의 정당성 여부, 즉 징계에 이른 결정적 사유라고 보이는 것은 회사의 문제점을 내용증명우편으로 지적한 행위 및 그에 대한 서면답변 거부행위가 정직의 징계사유에 해당되는가 여부인데, 이는 파기환송사건에서 가려질 것이다(2010.12. 현재 서울고법 제2민사부에 계류 중, 사건번호 2010나99813). 평석대상판결을 통해서 유의해야 할 점은, 비록 평석대상판결이 민사사건에서 확인의 이익에 관한 판단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민사소송절차에 국한하지 않고 정직과 같이 일정한 기간을 전제로 하는 징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쟁송절차 전반에서 쟁송의 이익(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신청사건, 중앙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재심신청사건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재심판정취소를 구하는 행정사건에서 구제의 이익과 민사사건에서 확인의 이익, 나아가서는 공무원의 임용관계에서 비롯되는 징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에서의 소의 이익 등 모든 이익을 포괄하는 의미에서)에 관한 법리로 일반화시킬 수 있는가 여부이다. 그리고 그 해법의 유효성 여하에 따라서는, 노동사건에 국한하지 않는 소의 이익에 관한 일반법리에 비해서 노동사건에서의 쟁송의 이익에 관한 법리에 존재하는 공통성과 차별성을 고려한 노동쟁송법상의 쟁송의 이익론 재구성을 위한 법리적 단서의 추출이 가능한지도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재심판정신청절차,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취소의 행정소송절차, 무효확인의 민사소송절차, 공무원 임용관계에서의 항고소송절차 등 그 판단의 대상과 그 절차를 통해서 달성할 수 있는 권리구제의 구체적인 결과는 서로 상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들 다양한 쟁송절차는 모두 불가피하게 세 가지 국면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다.
즉 ① 제일 중심에는 쟁송의 대상이 된 사용자의 행위가 있고 ② 시기적으로 그에 전후하여 사용자의 행위에 이르고 그로 인해 비롯되는 제반 사정이 있으며 ③ 근로자가 쟁송절차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권리구제의 가정적 상태가 전제로 되어 있다. 쟁송절차는 ①국면을 판단대상으로 하는데 구체적인 판단에서는 ②국면을 고려하여 ③국면을 구현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들 각 국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①국면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쟁송절차의 진행 자체가 무의미하다. 징계가 없었는데 징계처분의 효력을 부정하는 주장은 이유 없음은커녕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실제 사례에서는 아예 없는 절대적 부존재의 경우보다는 주로 ②국면 또는 ③국면과 결부된 사정에 의해서 부존재 또는 효력상실로 되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석대상사안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둘째 ②국면에는 ①국면의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관계도 있고, 요건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에 불가분하게 연관되어 있는 사실관계도 포함되며 나아가서는 쟁송에서 제기되는 주장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사실관계에 이르는 다양한 사실관계를 포괄한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법률효과의 발생을 저해하는 사실관계도 있고, 쟁송의 취지와 사실상으로는 몰라도 법률적으로는 무관한 사실관계도 있으며, 주장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사실관계도 존재한다.
셋째 ③국면이 없다면 쟁송절차를 진행할 실익이 없어 쟁송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 쟁송의 이익이 문제된 사안은 대부분 이에 관한 것이다. 이른바 법류상의 이익이 아닌 사실상의 이익만으로는 쟁송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지만 법률상의 이익을 확대해석하는 경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한편 쟁송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세 국면의 상호관계도 문제될 수 있다. ①국면과 ③국면은 그 어느 하나의 흠결이 있더라도 쟁송의 이익이 부정되는데 비하여, ②국면은 원칙적으로는 쟁송에서 제기되는 주장의 이유·증명·신빙성의 유무와 관련된 것이므로 그 흠결 아니면 존재 자체만으로 곧장 쟁송의 이익을 부정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평석대상사안의 경우 정당성 판단의 대상이 되는 정직 자체는 존재하며 특히 이 사안처럼 무급이 수반되는 경우 소급임금의 지급이라는 권리구제의 가정적 상태가 존재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①국면 또는 ③국면의 흠결을 이유로 쟁송의 이익이 부정될 여지는 없다. 실제로 2심 법원도 정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정직의 무효확인을 통해서 도모할 수 있는 권리구제의 가정적 상태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2심 법원은 정직기간의 도과라는 부수적 사실관계에서 쟁송의 이익을 부정하는 근거를 찾고 있다. 반면 평석대상판결은 정직기간의 도과 이후에도 여전히 정직무효확인을 통해 현재의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대한 위험과 불안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쟁송의 이익을 긍정하였다. 요컨대 정직기간이 도과한 이후 정직의 무효확인에 쟁송의 이익이 인정되는가 여부가 평석대상사안의 핵심쟁점이다.
4. 평 석
해고나 징계의 정당성이 쟁송의 대상이 된 경우 그 전후로 복잡한 사실관계와 상황의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평석대상사안의 경우 이러한 상황 변화를 이유로 쟁송의 실질에 변화가 초래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므로 시기적 상황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우선 사전에 존재했던 사정이 어느 정도까지 판단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사용자가 쟁송의 대상이 된 행위에 이르게 된 사정은 사용자의 내면의 동기까지 문제 삼는다면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사정이 반드시 쟁송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분이 잘 드러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의 경우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업무상의 필요성을 이유로 승진발령을 하였다고 내세우더라도 그것이 종전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의 적극적인 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이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조치로 노동조합활동을 방해하려는 의사로 행한 것임이 제반사정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확인된다면 부당노동행위이다(대법원 1998.12.23. 선고 97누18035 판결). 하지만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음을 사용자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그 자체보다는 그 과정에서 근로자간 분쟁을 야기시킨 점을 이유로 해고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대법원 2009.4.9. 선고 2008두22211 판결). 또 사용자의 전직명령이 있고 그에 응하지 않음을 이유로 해고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사전에 존재했던 사정이 어느 범위까지 쟁송의 대상이 되는지 문제된다. 판례는 부당한 전직에 대한 항의 내지 시정요구의 수단으로 작업거부를 한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무효지만(대법원 1991.5.28. 선고 90다8046 판결), 만일 전직이 정당하다면 그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한 해고는 정당하다고(대법원 1995.8.11. 선고 95다10778 판결) 보고 있다.
사전에 존재했던 사정이 어느 정도까지 쟁송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근로자의 쟁송의 취지가 이유 있음과 이유 없음이라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②국면의 문제로서 근로자의 쟁송의 취지에 대한 실체판단의 범위에 속하며 ①국면이나 ③국면에 영향을 미쳐 쟁송의 이익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근로자가 쟁송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그때까지 존재하던 제반 사정을 기반으로 쟁송의 대상은 ‘특정’되어 있어 사전에 존재했던 사정이 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사후에 발생한 사정도 어느 정도까지 판단의 대상이 되는지 문제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쟁송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킨다. 근로자가 권리구제를 목표로 쟁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의 변화는 쟁송절차가 상정하는 세 국면에 큰 변화를 초래한다.
사용자가 징계를 철회하거나 임의로 복직시킨다거나(대법원 1991.2.22. 선고 90다카27389 판결), 쟁송의 대상이 된 행위의 결과를 갈음하는 새로운 행위를 2차로 하는 경우(대법원 1996.10.15. 선고 95누8119 판결)에는 쟁송의 대상이라는 ①국면이 효력의 상실로 부존재로 되어 버린다. 또한 정년이 도래한 경우에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거나(대법원 1996.10.11. 선고 96다10027 판결), 회사가 실질적으로 폐업한 경우에는 기업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기업에 있어서의 노사의 대립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이익도 없다거나(대법원 1991.12.24. 선고 91누2762 판결), 직위해제처분 이후 그와 동일한 사유로 해고한 경우에는 인사규정 등에 의하여 승진·승급에 제한이 가하여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은 없다고 한다(대법원 2007.12.28. 선고 2006다33999 판결). 즉 근로자가 쟁송절차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권리구제의 가정적 상태인 ③국면이 쟁송을 더 이상 유지할 이익이 없는 것으로 부정된다. 평석대상사안에서 2심 법원이 정직무효확인의 이익을 부정한 것도 정직기간의 도과로 정직무효확인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권리구제의 가정적 상태를 상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2심 법원은 쟁송의 이익에 관해 기존 노동사건에서의 판례법리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이는 2심 법원의 타당성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평석대상판결을 통해 2심 법원이 전제로 하는 기존 노동사건에서의 판례법리의 문제점을 재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쟁해결을 목표로 하는 쟁송절차의 속성상 분쟁해결이 불가능하거나 실익을 도모할 수 없는 쟁송에 대해서 실체판단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쟁송의 이익론의 기본적 전제를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사후에 발생한 사정에 의해서 쟁송절차의 세 국면에 실질적 변화가 있다면 쟁송의 이익을 부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쟁송절차를 통해 실제로 존재하는 분쟁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는 견지에서 본다면 분쟁해결의 가능 여부 및 실익에 대해서 적극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은 무엇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쟁송을 통한 분쟁해결에 더 충실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노동사건은 사후적으로 발생한 상황의 변화가 이미 예정된 상황의 변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용자가 설정한 기간의 도래에 의해 종료되는 행위임이 예정되어 있거나 사용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나타난다는 데 그 특수성이 있다. 행정사건에서도 일방 당사자인 행정청이 설정한 기간의 도래에 의해 종료되는 처분임이 예정되어 있거나 행정청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쟁송절차의 국면에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행정사건에서도 제재적 행정처분에 있어서 그 제재기간이 경과된 후에도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툴 소의 이익을 부정해 왔던 종전의 판례의 문제점이 반대의견을 통해서 지적되고(대법원 1995.10.17. 선고 94누14148 전원합의체 판결) 선행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을 선행처분 자체에 대한 소송에서 사전에 제거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상대방의 법률상 지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데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된다는 견지에서 결국은 변경되기에(대법원 2006.6.22. 선고 2003두1684 전원합의체 판결) 이르는 쟁송의 이익에 관한 판례법리의 발전이 나타나고 있다.
법치행정의 원리에 따른 엄격한 제한을 받는 행정청의 인위적 사정 변경에 대한 행정사건의 쟁송의 이익론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마당에, 법률관계의 일방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징계재량이 인정되는 사용자가 일방적·인위적으로 설정하고 변경할 수 있는 사정의 변화를 이유로 정직무효확인의 이익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이를 쟁송의 이익에 관한 일반법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정직기간이 도과한 이후에도 정직무효확인의 이익이 인정됨을 확인한 것이 평석대상판결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5. 결 론
평석이라고는 하지만 쟁송의 이익이라는 생경한 용어를 통해 필자가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설익은 형식으로 던진 점이 없지 않다. 앞으로 연구과제라는 점은 두 말할 나위없는 바이지만 평석대상판결을 접한 첫 단계에서 든 두 가지 의문은 밝혀두고자 한다.
판결문만으로는 명확히 알 수 없었으나 1심에서 다투어지지 않았던 정직무효확인의 이익을 2심 법원이 왜 느닷없이 ‘먼저’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피고회사가 정직기간의 도과를 다투었을 수 있을 듯하다. 그렇지만 1심 법원에서 청구기각판결을 받아낸 피고회사의 입장에서 굳이 원고 근로자의 항소에 대해서 새로운 주장을 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통상 징계가 다투어지는 경우 징계의 무효확인과 징계로 인해 상실된 임금지급을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 근로자는 처음부터 징계처분의 무효확인만을 구했고 그에 대응하는 임금지급을 구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정직기간에 대응하는 임금을 청구하지 않을 바에야 정직처분의 무효확인만을 할 이익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을 듯하다. 그렇지만 똑같이 정년의 도래가 문제된 사안이면서도 해고무효확인과 소급임금지급을 동시에 청구한 데 대해서도 정년이 도과한 경우에는 모두 소의 이익을 부정하는데(대법원 1996.10.11. 선고 96다10027 판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청구의 소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에서 소를 각하해 왔던 것(대법원 2004.7.22. 선고 2002다57362 판결)이 기존의 판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역시 의문으로 남는다.
다른 하나는 2개월의 정직을 소송으로 다투면서 1심에서는 기각, 2심에서는 각하판결을 받은 근로자가 대법원에까지 이른 사정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그것도 직접 정직기간에 대응하는 임금청구는 없이. 왜냐하면 근로자가 재직 중인 상태에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 자체가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은 단지 필자가 과문한 탓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건 필자의 사소한 두 가지 의문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정직기간의 도과 이후에도 정직의 정당성을 다툴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평석대상판결이 앞으로 정직을 다투는 쟁송이 지금까지보다는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쟁송의 증가보다는 정직기간 도과 후에도 정직이 쟁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가 정당성이 없는 정직이 남용되는 현실에 대해서 던진 시사점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