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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간죄]-심신상실-"만취女 기억 잃었다고 `심신상실` 아니다" 라는 사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유상재)는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었다가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와 B씨(여)는 지난 2011년 여름 나이트클럽에서 처음 만나 술자리도 몇 차례 함께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같은해 11월 A씨는 B씨와 B씨의 친구가 함께한 술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B씨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근처 모텔로 가서 성관계를 맺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하의가 모두 벗겨져 있는 것을 확인한 B씨는 만취한 자신을 강간했다며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정황상 술에 취한 B씨를 강간한 혐의로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였으나 모텔에 설치된 CCTV 동영상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사건 당일 두 사람이 모텔에 투숙하기까지 모습이 담긴 CCTV 동영상 속에서의 B씨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부축을 받는 모습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영상을 직접 본 B씨는 "동영상에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멀쩡해서 놀랍다"고 말했다.

형법상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은 상대방이 음주 등으로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러도 만취 등 사유로 자신의 성적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대응능력과 판단능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피해 여성이 구체적인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객관적인 증거에 비춰 심신상실 상태에 빠졌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성관계 당시 만취해 성적 자기방어력을 행사할 수 없는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피해자 진술대로 설사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의 상황을 기억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 아웃(black out)`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사건을 전후한 구체적 상황을 기억하지 못해도 객관적인 증거로 볼 수 있는 모텔 CCTV 동영상에서 드러난 피해자의 행동과 모습 등으로 볼 때 성관계 당시 술에 만취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로 심신상실 상태에 빠져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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