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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사례-이혼사유-인유두종 바이러스, 남편 외도 증거?

인유두종 바이러스, 남편 외도 증거?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
[메디컬투데이 편집팀]

"아니 그렇다면 남편이 나한테 옮긴 것이군요?"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해 상담하다 보면 진료실에서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자궁경부암 정기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돼 산부인과를 찾은 중년 부인, 자궁경부 세표변성의 원인이 인유두종 바이러스라는 병원체이고 이 바이러스는 성적 접촉을 통해서 전염된다는 설명이 이어지면서 의심의 눈초리는 자연히 남편을 향한다.

이런 상담을 할 때면 부인과 의사로서 곤혹스럽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로 '부인의 말씀이 맞습니다'라고 대답해 섣부른 가정의 불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고 반대로 무조건 그건 아니라고 의학적 사실을 부인(否認)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

그러나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전파경로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결과들을 보면 검사결과 한가지만으로 상대방의 외도를 단정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성적 접촉에 의해 전파 된다. 여기서 '성적 접촉'이라 함은 좁은 의미로는 남녀의 통상적인 '성기 삽입'을 통한 성관계(intromissive intercourse)를 이르지만 넓은 의미로는 성기 삽입이 수반되지 않는 접촉 즉 손과 음부 접촉, 삽입이 아닌 성기 접촉, 구강성기 접촉 등을 모두 포함한다.

성경험이 한 번도 없었던 처녀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2년간 성경험이 없었더라고 2.4%에서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특히 성기 삽입은 아니지만 전술한 성적 접촉을 경험한 여성의 10%에거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주로 자궁경부 상피층의 미세한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성기 삽입이 아닌 다른 성적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물론 인유두종 바이러스 전파경로를 보다 완전하게 알기 위해 이뤄진것들이며 부부간의 불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수행된 것은 아니다. 또한 매우 예외적이고 독특한 전파경로를 통한 것이며 대부분의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은 통상적인 성관계를 통해 일어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요컨대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넓은 의미의 성병이고 자연 소멸되지 않고 감염이 지속되는 경우 자궁경부이형증이나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한다.

전술(前述)한 연구결과들은 진료실에서 실의에 빠진 여성 환자들에게 다소나마 안심을 주고 나아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에 인용되고 있다. 이런 '선의(善意)'의 연구결과가 외도의 증거에 대한 반론으로 악용(惡用)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