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의 인기 법률프로그램인 '솔로몬의 선택' 홈페이지. 초창기부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아무개 변호사가 지나치게 높은 수임료를 받아 눈총을 받고 있다.
ⓒ SBS 홈페이지
한 방송사의 법률프로그램에 출연해 높은 인기를 얻었던 한 변호사가 지나치게 높은 수임료를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SBS의 인기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 초창기에 출연했던 정아무개(39) 변호사는 가압류와 10여 차례의 단순 법률자문, 합의서 작성 등을 해주고 1억7000여만원의 수임료를 챙겼다. 특히 거액의 수임료를 모두 현금(1만원짜리 지폐)으로 받고 수임료를 깎아줘 '탈세 시도'라는 눈총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나치게 높은 수임료를 지불했다고 뒤늦게 판단한 사건 의뢰인이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절대 과다수임료가 아니다"라며 "약정한 대로 돈을 받았고 정상적인 기간에 소득신고를 하고 세금을 다 냈다"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2002년 7월 <솔로몬의 선택> 초창기 때부터 2년 반 동안 패널로 출연해 논리정연한 언변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대구에서 개업했던 그는 방송출연의 인기를 업고 지난 2003년 서울로 진출했다.
~~한 방송사 PD 소개로 만나 민사소송 의뢰
의사인 A씨는 병원 동업자의 횡령사실을 확인하고 형사고소를 제기했다. 집요하게 동업관계 청산을 요구하는 동업자에게 '40억원'(동업관계를 청산하는 조건으로 A씨가 요구한 합의금)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A씨는 "횡령증거가 명백해 형사고소만 해두어도 자연적으로 합의될 것 같아 형사고소건만 위임하였다"며 "성공보수도 구속일 경우에만 지급하는 것으로 했으며 상호간에 합의되는 경우는 제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A씨가 변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하자 그의 동업자는 "40억원을 주겠다"며 고소취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선수금 액수와 지불방법 등에서 차이를 보여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해 4월 한 방송사 유명프로그램의 PD로부터 정 변호사를 소개받아 상담을 받았다. 고소 진행과정을 전해들은 정 변호사는 A씨가 가져온 고소장을 검토한 뒤 "고소장을 이렇게 쓰면 구속은커녕 아무것도 안 된다"며 "하루라도 빨리 고소장 보충진술서를 써서 검찰에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가압류도 하고 민사소송도 해야 효과가 높아진다"며 "나한테 민사소송을 맡기면 고소장 보충진술서 작성을 도와주겠다"고 민사소송을 적극 권유했다.
특히 정 변호사는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변호사는 간접적이라도 개입을 못한다"며 "내가 민사소송 담당 변호사가 되면 사건 담당검사에게 잘 말해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결국 A씨는 착수금 1000만원과 성공보수 5%를 조건으로 정 변호사에게 민사사송을 의뢰했다. 착수금은 정 변호사의 요청으로 모두 현금으로 지급했다.
10여 차례 전화 법률자문-합의서 작성에만 관여
이후 정 변호사는 가압류 절차를 밟아줬고, A씨가 작성해온 1차 고소장 보충진술서도 검토해주었다. 그런데 A씨가 상대편과의 접촉을 두세 차례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 변호사는 "그렇게 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거절했다. 심지어 합의하는 자리에 나가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그것은 당사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A씨와 그의 동업자는 6년간 40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민사소송이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4개월 간 끌어오던 법적 다툼이 민사소송 당사자들 간의 합의로 해결된 것이다. 정 변호사에게 민사소송을 맡긴 지 약 3개월 만이었다.
A씨는 "합의과정에서 정 변호사가 한 역할은 제가 합의사항이 법적으로 합당한지 물어보면 답변해주는 것이 전부였다"며 "합의서가 완성될 때까지 총 10여 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 변호사는 착수금을 받은 이후 상대방을 만나거나 전화를 하는 등 합의에 개입해 도움을 준 적이 없다"며 "합의약정서를 날인하던 날 처음 상대방의 얼굴을 대면한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사건을 수임받은 변호사가 응당 해야 할 상대방 접촉, 합의 유도(금액 및 지불방법 협의) 등에서 정 변호사의 역할이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즉 정 변호사가 수임 변호사의 역할을 한 것은 가압류와 10여 차례의 법률자문, 합의서 작성뿐이라는 것이다.
A씨는 "법률자문과정에서도 몇차례에 걸쳐 상대편 변호사에게 우리의 의견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때마다 변호사법 위반 등을 이유로 대면을 피했다"며 "결국 상대편 변호사와의 연락 등 모든 과정을 제가 알아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이메일로 보낸 고소 보충진술서를 대강 검토해준 것 외에 달리 도움을 준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후일에 와서는 20억원밖에 못받을 것을 자신이 40억원을 받아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성공보수 2억원 요구... 의뢰인 반발 "합의 중재도 안했는데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변호사는 합의가 이루어진 날 밤 A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합의금 40억원의 5%에 해당하는 2억원을 성공보수로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 A씨가 성공보수 지급을 미루자 정 변호사는 "합의서 공증을 마쳤지만 합의서만으로 돈을 받기에는 불완전하다"며 "빨리 돈(수임료)을 내야 '제소 전 화해'(소송에 들어가기 전 양 당사자의 화해 절차)라는 를 진행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A씨측은 정 변호사에게 "6년에 걸쳐 합의금을 받는 것으로 약정돼 있으므로 합의금을 받는 일정에 따라 그때 그때 금액의 5%를 수임료로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정 변호사는 "그렇게 하는 법은 없다"고 '즉시 지급'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아내 L씨가 "합의를 직접 중재해준 것도 아니고 합의금도 당사자간에 진행했는데 왜 그렇게 많은 수임료를 요구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정 변호사는 이렇게 답변했다고 L씨는 주장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이렇게 다르냐. 당신보다 훨씬 어려운 시골 촌부들도 합의면 받으면 20~30%씩 턱턱 내놓고 오히려 고맙다고 큰 절하고 간다. 게다가 밤중에 전화도 여러 번 받아주지 않았느냐? 소송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2억원이 절대 많은 게 아니다."
정 변호사는 "민사소송이나 자문을 의뢰받을 때 보통 20%의 수임료를 책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내 인생에서 너무 소중하고 존경하는 이아무개 피디의 소개로 온 것이기 때문에 5%만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약정서에도 합의가 되면 합의금의 5%를 준다고 약정되어 있다"며 "마땅히 약정대로 2억원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탈세 시도?...현금지급 제안하자 수임료 4000만원 깎아줘
▲ 지난해 11월 정아무개 변호사와 의뢰인의 아내인 L씨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눈 대화록 중 일부. '탈세 시도' 의혹을 받을 만한 내용이지만, 정 변호사는 "소득신고를 마쳤다"고 부인했다.
ⓒ 오마이뉴스
결국 A씨측은 정 변호사에게 수임료를 깎아 달라고 사정했고, 정 변호사는 "1억7000만원 이하로는 절대 안된다"고 맞섰다.
이에 L씨가 "현금으로 드리면 1억6000만원만 받을 수 있느냐"고 협상을 시도했고, 정 변호사는 "당신은 수임료 절약해서 좋고 저는 세금 절약해서 좋아 일석이조"라고 흔쾌히 수락했다.
정 변호사는 "먼저 현금 얘기 꺼낸 사람은 의뢰인쪽이니 세금문제 없게 해준다고 약속해 달라"고 요구한 뒤 수임료를 2억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깎아주었다.
A씨측은 두 차례에 걸쳐 수임료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 변호사가 탈세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A씨의 부인인 L씨가 정 변호사와 나눈 대화에서 발견된다.
두 사람은 수임료가 현금으로 다 지급된 이후인 지난해 11월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 변호사로부터 수임료 영수증을 받아가기 위해서였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정 변호사는 "혹시 만약에 세무문제나 세금포탈 문제로 저희한테 불편한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며 "제가 이것 때문에 괜히 세무조사를 받게 되거나 세금포탈혐의로 문제가 되면 여러 가지로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L씨가 "알았다"고 대답하자, 정 변호사는 "그렇게 말씀 해줘 감사하다"며 "보수금액도 감액을 해드렸으니까 그 약속은 좀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정 변호사 "업무처리에 부족함 없어...현금 수임료 모두 소득신고 마쳐"
하지만 정 변호사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건이 끝난 지 오래됐고 자세한 내용은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과다 수임료 논란'에 대해선 이렇게 밝혔다.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통상 10%를 받는데 저는 4%를 받아서 적은 수임료다. 변호사로서 많은 업무를 했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다."
이어 그는 수임료 현금 수수와 관련 '탈세 시도' 의혹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세무소에 소득신고를 다 마쳤다"고 부인했다.
"원래 5%를 약정했는데 의뢰인쪽에서 현금으로 준다며 수임료를 깎아달라고 했다. 그쪽에서 처음에 현금으로 돈을 가져와 오히려 제가 당황스러웠다. 보통 계좌로 돈을 받는데 현금으로 돈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저는 약정한 대로 돈을 받았고, 정상적인 기간에 다 세금을 냈다."
정 변호사는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수임 이후 수차례에 걸쳐 형사고소사건의 진술과 대질신문시 핵심부분에 대해 조언하고 두 차례 고소사실 입증서류 제출과 고소 보충진술서를 작성해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A씨와 L씨는 야간, 휴일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전화를 걸어오고 수시로 면담을 요청하고 메일을 보냈다"며 "그러나 저는 바쁜 와중에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늘 성실하고 친절하게 응대했다"고 항변했다.
또한 그는 "같은 결론이 나더라도 사건을 빨리 해결하는 변호사가 능력있는 변호사"라며 "의뢰인이 받은 경제적 이익과 사건이 빨리 해결됨으로써 얻은 경제성을 고려하면 4%의 성공보수는 부당한 금액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수증을 받아가는 L씨에게 '세금문제나 신경 안쓰게 해 달라'고 일침을 가한 사실이 있을 뿐 사건 수임 전액에 대해 적법하게 세금신고를 마치고 세금을 납부했다"며 탈세 시도 의혹을 일축했다.
특히 그는 수임 약정서에 포함된 '특약사항'을 들어 과다 수임료가 아닌 약정에 따른 정상적인 수임료라고 주장했다. 실제 약정서에는 '자문개시 이후 당사자간의 합의, 화해, 조정으로 인한 사건 종결 및 이로 인한 경제적 이익에 대하여도 성공으로 본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L씨는 "정 변호사가 우리에게 약정서를 주지도 않았고 특약사항도 얘기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소송을 진행하면서 정 변호사쪽 답변서를 보고서야 그런 내용이 들어 있는 걸 알았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민사소송 계약을 할 때 정 변호사가 '형사소송의 횡령가액이 10억원이니까 민사소송도 10억원으로 하자'고 해서 우리는 '성공보수 5%면 5000만원이겠구나' 생각했다"며 "그런데 정 변호사가 2억원을 요구한 걸 보고 변호사는 칼만 안든 도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변호사들 "변호사 실제 역할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임료"
대체로 변호사들은 정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가 실제 수행한 업무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입을 모았다.
김희수 변호사는 "특약사항이라고 하는 내용은 약정서에 관례적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보통 소송에서 이긴 경우가 아닌 경우라면 서로 합의해서 적당하게 수임료를 받는다"며 "변호사의 실제 역할이나 기간 등을 헤아릴 때 1억6000만원은 굉장히 많이 받은 수임료"라고 말했다.
그는 "약정금이란 기여금의 일종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비용이나 시간이 얼마나 들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원이 5000만원 이상 인정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1억원 이상은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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