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식]-민사소송-기일의 변경이란?
변호사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일정을 잡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재판일정을 정할 권한은 재판장에게 있고 따라서 송무에 관하여 일정의 조정을 원할 때에는 재판장에게 기일변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민사소송법은 "첫 변론기일 또는 첫 변론준비기일을 바꾸는 것은 현저한 사유가 없는 경우라도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이를 허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65조 제2항). 위 규정에 따라서 상대방의 동의를 거친 최초의 기일에 대한 변경신청에 대하여는 이를 허용함이 실무이나, 그 이후의 기일변경 신청에 대하여는 재판장에 따라 '현저한 사유'의 존부에 대한 견해차이로 인하여 기일변경허가를 받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한 경우가 많다. 사유를 명시하고 상대방의 동의까지 얻은 경우 변경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쌍방의 합의를 거쳐 지정한 속행기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대리인이나 출석예정인 증인의 교통사고, 그 가족의 사망 등은 특별한 사정에 해당할 수 있다.
기일변경신청을 불허하는 재판장의 결정에 대하여는 불복방법이 없다. 따라서 기일변경신청을 허가하면 재판장이 기일변경명령문을 작성하여 쌍방에 송달하게 되지만 기일변경을 불허하면 따로 불허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 당사자로서는 대법원 홈페이지의 사건검색란에서 기일변경신청이 허가되었는지를 확인하여 대처함이 좋다.
기일진행 중 어떠한 결과를 기다리기 위하여 다음 기일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도 있다. 이를 실무상 '기일의 추정'이라고 한다. '추정'이라고 하면 보통 '어떠한 사실을 미루어 짐작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므로 기일의 추정도 그런 의미가 아닌가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추정은 본래 의미의 추정이 아니라 '추후지정'의 약어임을 알아야 한다. 즉 기일의 장애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지정한다는 의미이다. 통상 병원에 대한 신체감정촉탁을 채택한다거나 감정을 채택하는 경우, 관련 사건의 결과를 대기하여야 하는 경우 다음 변론준비기일 또는 변론기일을 추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당사자가 '기일추정'으로 다음 기일을 변경하여 달라고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기일이 추정된 경우에도 당사자로서는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를 지체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재판의 지연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증거절차를 밟고 그 결과가 나오면 신속히 '기일지정신청'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일진행과 관련하여 간혹 오해를 주는 실무상 용어로 '쌍불'이라는 것이 있다. 재판기일에 원고와 피고 모두 적법한 소환을 받고도 출석하지 않거나 변론을 하지 아니한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즉 '쌍방 불출석'의 약어인 것이다. 쌍불이 2번이면 소취하 또는 항소취하 간주의 요건을 갖추게 되므로 쌍불은 소송법상 중요한 개념이다. 왜 출석하고도 변론하지 않는 것일까?. 피고의 입장에서는 원고가 불출석한 경우 변론하지 아니하면 쌍불의 해택을 볼 수 있으므로 변론하지 않는 것이다. 항소심에서 쌍불이 2번 되면 항소취하의 요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지 소취하의 요건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쌍불이 2번인데 1달 이내에 기일지정신청이 없으면 소취하 또는 항소취하의 효력이 있고, 쌍불이 3번이면 바로 소취하 또는 항소취하의 효력이 확정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 쌍불은 '연속'된 기일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통산'하여 2번 또는 3번의 요건을 갖추면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형사사건과 구분된다. 즉 형사사건에서는 원래 피고인의 출석 없이 개정이 불가능한데, 항소심이나 고정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연속하여 2번 불출석하면 개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통상적인 고합 및 고단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개정이 불가능하고, 예외적으로 고단사건에서는 소송촉진법에 의하여 6개월이 경과하면 피고인의 출석 없이 개정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 것이다.
쌍방이 불출석한 경우라도 기일개시 전에 재판장이 '기일 변경'을 선언하면 '쌍불'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가 불출석하고 피고가 출석한 경우, 쌍방이 출석하였으나 양쪽 모두 준비미비를 이유로 아무런 변론도 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기일개시 전에 재판장이 '기일연기'를 선언하게 되면 역시 쌍불이 될 수 없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재판장에게 쌍불을 선언할 지에 대한 권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배당이의의 소에서는 첫 기일에 원고가 출석하지 아니하면 소취하로 간주된다. 정말 유의할 점이다. 여기의 첫 기일에 '변론준비기일'이 포함되는지에 관하여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이다. 또한 '변론준비기일에서의 쌍불'과 '변론기일에서의 쌍불'은 이를 통산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이다. 따라서 변론준비기일에서 1회 쌍불, 변론기일에서 1회 쌍불이 있더라도 2회 쌍불의 재제를 받지 않는다. 모두 당사자를 배려한 해석이다.
심리를 마치면서 재판장은 '결심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경우가 있다. 이 말을 접하는 당사자들은 '이제 재판부가 쟁점에 대하여 가부간의 결론을 내렸나 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결심을 했나요'하고 묻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의 '결심'이란 '심리종결'의 약어임을 알아야 한다. 즉 이제는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변론 또는 심리를 종결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기일변경 신청에 있어 유의할 점은 무조건 다음 기일로의 변경만을 신청할 것이 아니라 가급적 '희망하는 다음기일'을 밝혀, 그것도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 신청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기일변경을 허가하여 다음기일을 잡았더니 또 변경해야 할 경우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재차의 기일변경은 불허되는 경우가 많고, 또한 '희망하는 다음기일'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다음기일'이 좋다는 의사 표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일지정 신청도 있다. 첫번째 재판기일이 이유없이 지정되지 않거나, 기일 추정의 사유가 소멸했음에도 재판기일이 지정되지 아니한 경우에 당사자가 재판장에게 기일지정을 요구하는 신청이다. 물론 재판장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에 불과하다.
기일변경 신청은 대개는 서면으로 하지만 미리 재판장에게 전화를 하여 양해를 구한 다음, 서면으로 신청을 하는 경우도 많다. 원만한 재판진행을 위하여 실무상 유용하게 이용되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