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해 동료와 싸우다 다친 경우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가해 근로자가 소속된 사업장이 산재보험에 가입했다면 근로복지공단은 가해 근로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동료와 다투다 목을 다친 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이 가해 근로자 이모(58)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2008다1240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고는 건물신축 공사현장에서 작업 진행방식과 진행순서에 관한 근로자들의 상호간 의사소통 부족으로 야기된 다툼으로서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행위로 인해 다른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업주가 다른 경우에도 하나의 사업장에서 어떤 사업주의 근로자가 다른 사업주의 근로자에게 재해를 가해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 공단은 가해 근로자의 사업주에게 구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가해 근로자들이 U사 소속 근로자들이고 피해 근로자가 도급업체에 의해 고용된 근로자이기는 하나, 가해 근로자들이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를 가지는 이상 구상권 행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02년께 서울 강남구 인근에서 빌라 신축공사를 맡은 U사는 전기공사를 도급업체에게 맡겨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같은 해 8월 U사 직원 이씨 등과 도급업체 직원 김모(58)씨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김씨가 목뼈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김씨에게 장해급여 등을 포함해 1억3000여만원을 지급했고, 이후 공단은 가해 근로자인 이씨 등에게 피해 근로자 김씨가 가진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해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씨 등은 공단에 5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지만, 2심은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